직선환경과 곡선환경
직선환경과 곡선환경
  • 제주신보
  • 승인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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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하루는 24시간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다. 잘 쓰던 못 쓰던 관여하지 않는다. 자동적으로 소비된다. 그렇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의미하게 소비하는 사람이 있다.

직장 근로자의 하루 24시간 일정을 보면 대충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식사를 한 후에 차량을 이용해 출근한다. 사무실에 가서 밀린 일거리를 처리하고 퇴근한다. 시간 날 때마다 휴대폰을 검색한다. 업무와 관련된 사람을 만난다. 퇴근하면 곧장 집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음주를 한다. 커피숍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 잠을 잔다.

이렇듯 하루 24시간을 보낸 공간은 대부분 직선환경이다. 네모상자 속에 갇혀 있다. 수직으로 뻗은 건물이 그렇고 잠을 자는 방이 그렇고 일하는 사무실이 그렇다. 곧게 난 도로는 물론 휴대폰·TV·책상까지 그렇다. 심지어 수직체계로 이뤄진 직장조직이 그렇다. 물론 곡선체계를 도입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변형된 직선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처럼 편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직선환경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는 그 직선환경에 갇혀 살고 있다. 그칠 줄 모르는 편리 욕구는 곡선환경을 밀어내면서 직선환경을 쌓고 또 쌓는다. 빨리빨리 속도와 경쟁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은 부를 상징하는 높은 빌딩이다. 구매 욕구를 촉발시키는 상품광고다. 각종 기술개발이다. 직선환경은 인간의 편리 충족과 돈이라는 매개체를 놓고 거대한 싸움이 벌어지는 시장과 같다.

그 이면에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직선환경이 커지면 커질수록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곡선환경에 대해서는 마치 닭 쳐다보듯 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인간은 숲과 오름 등 자연이라는 곡선환경과 완전히 등지고 살 수 없다. 인간 유전인자가 그곳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곡선환경에 있으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편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은 본래 숲이 우거진 곡선환경에서 태어났다. 전문가에 따르면 인류역사를 700만 년으로 추정한다. 아프리카 사바나지역이 발상지다. 사냥을 하고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며 보낸 세월이 무려 99.9% 이상이 된다.

그 이후 인류가 집단생활을 한 기간은 그리 오래지 않다. 식량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방법이 터득되면서부터다. 그 기간이 짧게는 5천 년에서 길게는 1만 년으로 보고 있다. 전체 인류역사 가운데 겨우 0.001%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오늘날 고도의 산업사회나 초연결사회가 이뤄진 기간은 이보다 훨씬 짧은 2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사바나이론은 이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숲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장구한 시간을 보내다보니 유전적 성질이 자연환경에 맞게 설계돼 있다. 그런데 최근 200년 사이에 이룩한 도시생활 적응에 무리가 따르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반면 자연환경에 있으면 편안한 느낌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직선환경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움직임을 적게 하면서 정신적 피로를 가중시킨다. 다양한 생활습관성 질환을 유발한다. 그래서 하루 24시간 중에 1~2시간만이라도 직선환경에서 벗어나 곡선환경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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