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을 둥지 삼아 자란 낙락장송
절벽을 둥지 삼아 자란 낙락장송
  • 제주신보
  • 승인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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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정호승의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소나무는 절벽을 낭떠러지가 아닌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토양, 새는 절벽 끝 솔가지를 자신의 보금자리, 개미떼는 그 절벽을 일상생활 영역으로 생각한다. 절벽과 수평선은 죽마고우이다.

얼마나 큰 용기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움츠러들기도, 넓어지기도 한다.” Anais Nin(프랑스 태생의 미국 소설가)는 읊조린다. 그 절벽은 사라지길 바랄 대상이 아니고 삶의 토양이며, 둥지이며, 동반자이다. 그것은 밋밋해진 열정과 숨죽인 용기를 되살리는 강력한 영양제이며, 영감의 보고이다.

우리는 그 누구도 걸음마를 단번에 습득한 사람은 없다. 처음 걸음마를 시도할 때는 넘어지기도 하고 두려움에 울기도 했다. 이때 도저히 못하겠어. 그냥 안전하게 기어 다닐거야.’하고 물러섰다면 자유 대신에 속박에 평생을 울었을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도전을 부추기는 강력한 삶의 의지가 잠재되어 있다. 도전력과 호기심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감소한다. 성인이 되면 이들을 표출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된다.

이어도는 제주도민의 전설에 등장하는 환상의 섬, 피안의 섬으로 알려져 있었다. 구전되고 있는 전설의 섬을 체계화·현실화·과학화하는 여정에는 열정과 용기, 절벽과 인내, 희망과 도전, 환멸과 절망, 과거와 미래의 숨결로 점철되어 있다.

고 김시중 전 과학기술처장관(전 무기화학 분야 교수)이어도 해양과학기지의 산파 역할을 한 당사자이다. 한 과학자가 처음에는 절벽으로 느껴졌던 것을 우리의 둥지로 만들었다. 그 결과로 이 주변은 국제적으로 명실상부한 우리 바다와 하늘로 호흡하고 있다.

낙락장송은 흙 한줌 없는 절벽 바위틈에서 인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환경과 고군분투하면서, 소나무라는 진면목을 지키면서 수 백년 동안 성장한 결과물이다. 소나무는 절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할 기회로 흔쾌히 수용한다.

소나무는 절벽 바위틈에서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둥지를 트는지 고찰해보면 지혜 그 자체이다. 소나무는 바위를 구성하고 있는 미네랄인 칼륨, 칼슘, 마그네슘, , 규소 등을 흡수한다.

질소 성분은 번개가 칠 때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 기체가 반응하여 형성된 질소산화물로부터 얻는다. 소나무는 이 산화물이 빗물에 용해된 것을 먹는다. 소나무는 이렇게 자력으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한 후 생체내에서 화학반응에 의하여 생성된 수소이온, 즉 산을 이용하여 그의 뿌리는 바위를 녹인다.

그 결과로 마련된 빈 공간으로 뿌리를 뻗는다. 스스로 확보한 빈틈으로 어린 뿌리가 힘든듯 자리를 잡고, 굵은 뿌리로 성장한다. 주근은 엄청난 압력으로 바위틈을 더 벌려 놓고 영양분이 용해된 빗물을 저장·흡수한다.

이 소나무는 뿌리가 뻗는 만큼 성장한다. 하늘을 향해 키가 큰 후에 뿌리가 뻗는 것이 아니다. 너무 서둘지 않고 천천히 자란다. 이것은 척박한 환경에서 수백 년동안 살면서 낙락장송이 될 수 있는 비책이다.

한 과학자의 삶과 절벽에 낙락장송으로 자라는 비결은 우리의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절벽을 용해시키고 둥지로 만드는 비법이다. 물론 이런 도전들은 돼지띠 해를 의미있게 개척할 수 있는 첩경이 된다. 또한 모슬포, 마라도, 가파도, 이어도 등을 연결하는 과학·관광·산업벨트를 구축하여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자긍심을 한 차원 높이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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