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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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할배가 운전하고 있어요!’, ‘어르신은 운전중.’ 언제부턴가 도로에서 이런 문구를 뒷면에 붙인 차량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이 많은 운전자가 젊은 운전자의 양보를 부탁하는 ‘실버 마크’라고 한다. 근래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교통 관련 단체들이 이런 운동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노년이 되면 인지·반응능력 등 신체기능이 떨어져 운전할 때 돌발 상황에 취약해진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정지한 물체를 파악하는 정지시력은 40세부터 저하해 60대 이상은 30대에 비해 80%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특히 유연성과 민첩성도 부족해져 급가속과 급정지 등 나쁜 운전습관이 일상화된 우리의 도로 현실에선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세월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얘기다.

▲운전면허 보유자 중 65세 이상 고령은 작년 말 298만여 명으로 전체 면허 소지자의 9%에 달한다. 2010년 100만명대를 넘긴 지 9년 만에 3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수치는 2028년 22%, 2038년에는 35%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점차 늘고 있다. 2013년 1만7590건에서 지난해 2만6600건으로 5년 새 52%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도 2013년 3만2178명에서 2017년 4만579명으로 늘어났다.

교통 사망사고 다섯 건 중 한 건은 고령 운전자에서 비롯됐다는 통계도 있다. 갈수록 사고 빈도가 잦아지고, 사상자가 많이 나온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고령 운전자 문제가 좌시할 수 없는 사회이슈로 노정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일부 지자체가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우대제도’를 도입해 성과를 거둔다고 한다. 지난해 7월 부산시가 첫선을 보인 후 서울 양천구가 바통을 이었다. 경남 창원·진주 등에서도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 중이다.

면허 반납자에겐 10만원권 교통카드와 목욕탕·안경점 등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복지카드가 주어진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부산시는 지난해 4800여 명이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효과를 봤다.

고령 운전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핸들 잡은 노인을 죄다 요주의 운전자 취급하면 그 또한 차별일 것이다. 차제에 어르신들이 운전대를 놨을 때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뒷받침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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