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영 나영 고치가게
니영 나영 고치가게
  • 제주신보
  • 승인 20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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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둥지 새는 자기 알과 함께 뻐꾸기 알을 품는다. 그 덕분으로 둥지 알보다 먼저 부화한 새끼뻐꾸기는 둥지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독차지 한다. 심지어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버린다. 이런 뻐꾸기의 생존전략을 반객위주(反客爲主)라 한다. 우리에게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으로 익숙하다.

“굴러온 돌에 내몰려 고향을 등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주민 증가와 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우려하는 경구(警句)이다(제주신보 2018년 12월 20일자 보도).

인류역사를 돌이켜 보면 어느 시대와 사회를 막론하고 ‘굴러온 돌’과 ‘박힌 돌’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전통 산업과 기존 업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선진 기술과 앞선 경영 시스템을 가진 기업들이 이주해 오면 지역 토종 기업들은 긴장한다. 이주기업들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고 궁극에 독점해 버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신 개척 블루오션 시장인 경우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 같이 상생할 수 없을까? 윈윈전략은 없는 것인가?

돌이켜 보면, ‘굴러온 돌’이 지역사회에 위협적 존재로 작용한 게 아니라 인류 번영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 역사적 사례도 많다.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이 상생과 화합으로 다 같이 살기 좋은 지역이 되었다. 상생과 협력을 위한 노력이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를 ‘혁신’이라 한다.

제주사회는 일찍부터 상생과 협력을 실천하고 있었다. 1921년 7월 제주도에 이주해 온 육지사람들이 서로의 환난(患難)을 구제하기 위해 의신계(義信契)를 조직했다. 이 계는 육인도방(陸人都房)이라는 육인단체(陸人團)를 의(義)와 신(信)을 바탕으로 한 부조계로 발전시킨 제주 최초의 상생적 혁신 협력체계라 할 수 있다. 이 계의 구성원은 최원순(崔元淳), 박종실(朴宗實) 등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 제주의 대표적 기업가들이다(매일신보 1921년 7월 15일자 보도).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2017년 3월부터 ‘니영나영 고치가게’라는 지역 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이전 기업과 지역기업의 협력을 통해 제주지역 혁신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며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국제자유도시 출범 이후 혁신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유망 기업들의 제주 지역 이전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이전기업 등 혁신역량을 보유한 기업과 지역기업과의 상생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전기업과 지역기업의 네트워크 확산을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이전기업과 지역기업 간 협력을 통한 산업 활성화가 제주경제 성장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제주지역 산업 육성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전기업과 지역기업의 유기적 협력이 요구된다. 기업 간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며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이를 사업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전기업은 지역기업과의 협업사항을 공개하고 지역기업은 희망 협업 내용을 제안하여 상호 효율적인 매칭을 한다. 도출된 성과물들은 지역 스타트업과 도내 관광지 등으로 확산하여 지역 생태계를 확장시킨다.

벌써부터 모범사례라며 타 지자체에서 이 사업을 벤치마킹해 가고 있다.

이제 ‘박힌 돌’이 답할 차례다. 니영 나영 고치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