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葛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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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국장

갈등은 칡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뜻하는 등(藤)이 합쳐진 것으로 두 나무 모두 줄기가 뻗어 나가는 덩굴식물로 칡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등나무는 시계 방향으로 자라면서 한 자리에 심어 놓으면 서로 엉키고 꼬이게 된다는 의미다.

갈등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누가 이기는지에 집중된다.

우리 역사가 편 가르기와 집단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편 가르기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떠한 것이 옳은지, 어떤 선택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칡과 등나무처럼 이해관계가 서로 엉켜있는 형국이 지속되면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집단인 ‘시끄러운 소수(vocal minority)’의 의견은 수시로 분출되지만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의 의견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사회에서 ‘침묵하는 다수’는 전혀 다른 형태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한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시기에는 침묵하다 중요한 순간이 되면 예상과 다른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다.

정치인들은 침묵하는 다수의 지지로 정권을 잡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자기편이 됐는지를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수시로 의사를 표현하는 ‘시끄러운 소수’의 의견을 귀 담아 듣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들의 의견이 절대적이어선 안 된다.

‘침묵하는 다수’는 집단적 균형감각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선거가 다가올 때까지 아무런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다.

수동적 존재라는 인식이 크지만 ‘침묵하는 다수’는 항상 깨어 있다.

이들은 어떻게 서 있어야 넘어지지 않고 잘 걸어갈 수 있을지를 본능적으로 안다.

칡과 등나무처럼 엉켜있는 현실 속에서 이들은 누가 잘못된 길로 가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침묵할 때 이들은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칡과 등나무를 잘 엮으면 그 무엇도 끊을 수 없는 단단함을 만들 수 있다.

시끄러운 소수의 의견만 들을 것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의 균형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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