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처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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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김영삼(YS) 문민정부 때 군(軍) 인사와 관련한 비화(秘話)다. 당시 국정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이는 YS의 차남인 현철 씨다. 그는 아버지의 호 거산(巨山)에 빗대어 소산(小山)으로 불리며 ‘소통령’으로 통했다. 군에도 자신의 힘을 강하게 투사했다. 처음엔 그도 군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별들에게 경외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가 자신과의 접촉을 자랑삼아서 하는 장성들의 뒷말이 군 내부에서 떠도는 것을 감지하자 군을 쉽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YS도 그에게 군을 맡기다시피 했다. 장성들과 상견례를 겸한 조찬과 주요 직위의 장군과의 2, 3차 만남은 그의 몫이 됐다. 그러자 군 장성들 사이에서 “영식(令息)군을 만났다”라는 말들이 나돌았다. 최고 권력과의 관계를 은근히 과시한 것이다. 인사철에는 “아직도 소산을 만나지 못했느냐” “누구누구는 소통령 덕분에 진급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의 영향력은 말에 비례해 눈덩이처럼 커졌다.

▲문민정부의 비화가 기억 속에서 나온 것은 육군참모총장과 청와대 인사수석실 5급 행정관의 만남이 오버랩해서다. 이를 두고 정치권의 설전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모두가 자의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어떻게 청와대 행정관이 육참총장을 불러낼 수 있느냐”에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대통령의 철학과 지침에 대해 총장과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대응하고 있다.

이 공방에서 육참총장은 가운데 낀 신세다. 그의 처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세평까지 돌면서 고립무원이다. 불러서 갔든, 자신이 불렀든 간에 외부 사적 공간에서의 만남은 부적절했다. 더욱이 자신은 혼자였으며 행정관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아닌 국가안보실 소속 대령을 동행하고 있었다. 그 대령은 몇 달 후 준장으로 승진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다.

회동의 성격이 어쨌든 자신의 집무실로 오도록 하는 배짱 정도는 있어야 했다. 합참의장에 이어 현역 군인 서열 2위이면서, 50만 대군을 지휘하는 육군의 최고 책임자가 아닌가.

▲문민정부 비화에는 이런 증언도 있다. “군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대장이나 3성 장군도 현철 씨가 보낸 이른바 ‘소통령의 특사’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췄다. 너나 할 것 없이 부나방처럼 그를 찾아다니는데 인사가 제대로 될 것이며 군이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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