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주흑우 '멸종위험 군' 전락
천연기념물 제주흑우 '멸종위험 군' 전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암수 합쳐 1200마리 이상돼야 하나 현재 632마리에 머물러
제주도 축산진흥원이 방목한 천연기념물 제주흑우.
제주도 축산진흥원이 방목한 천연기념물 제주흑우.

2013년 천연기념물(546호)로 지정된 제주흑우(黑牛)가 멸종위험 군으로 전락했다.

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재래종 가축 관리지침은 번식 가능한 암컷 수가 1000마리 이하이거나 암수를 합쳐 1200마리 이하인 경우 멸종위험 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1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흑우 사육두수는 41개 농가 355마리, 축산진흥원 179마리, 국립난지축산시험장 35마리, 서귀포시축협 생축사업장 83마리 등 모두 632마리에 머물면서 멸종위험 군에 포함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 89개 농가와 2개 기관에서 1292마리를 사육했으나 지금은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1960년대 제주도에만 1만여 마리가 흑우가 있었으나 1980년대 육량 위주의 소 산업정책으로 흑우와 한우를 교배한 교잡우가 대량 사육되면서 제주흑우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1990년대 들어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자, 1993년 축산진흥원이 순종 흑우 10마리를 수집, 종 보존 및 사육에 나서면서 고비를 넘겼다. 이어 ‘제주흑우 보호·육성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증식사업에 나섰다.

제주대학교 박세필 교수팀도 힘을 보탰다. 2009년 체세포 복제 씨수소 1호인 ‘흑영돌이’를 탄생시키며 흑우를 대량 번식시키는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제주도와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농가의 적극적인 사육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량 증식을 위한 연구소와 전문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근친교배를 하다 보니 열성 유전자를 가진 송아지가 태어났다. 열악한 사육환경 탓에 축산진흥원에서 키우던 흑우는 2015년 6마리, 2016년 2마리, 2017년에는 14마리가 폐사했다.

제주흑우 명품화사업은 2002년부터 시행됐지만 10년이 넘도록 계획만 되풀이해 발표되고 있다.

흑우산업이 몰락하게 된 원인은 수입 쇠고기의 가격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주흑우는 생육 기간이 36개월로 일반 한우보다 6개월이 더 길다. 다 자란 일반 한우의 무게가 700~800㎏ 정도라면 흑우는 600㎏선이다. 얻을 수 있는 고기의 양도 한우의 75%선에 그친다. 당장 돈이 급한 농가 입장에선 사료비와 관리비가 더 들면서 사육을 꺼리고 있다.

제주흑우가 최소 5000마리 이상은 돼야 우량 흑소의 혈통을 유지해 고급화와 차별화를 할 수 있고, 안정적인 소고기 공급이 가능하지만 행정의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제주흑우는 한우와 다른 특성을 지녔지만 사료 급여 및 비육, 품질기준을 별도로 정해 생산단계서부터 특성화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특히 수정란 이식 등 대량 증식을 위한 전문인력이 부족해 흑우산업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 7억3000만원을 투입해 흑우 혈통 정립과 고품질 생산관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