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를 쥐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망치를 쥐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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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제주특별자치도가 교통체증 해소 및 차량 증가 억제 차원에서 ‘차고지증명제 도(道) 전역 확대 시행’을 주요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다음 달 열리는 제주도의회 임시회에 제출한다. 지난해 7월 도의회에서 부결된 바 있는 이 개정안은 당초 2022년부터 예정됐던 도 전역 확대 시행 시기를 올 하반기로 앞당기고, 대상 차종도 경형 및 무공해 자동차까지 포함시켰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동차 보유 대수만큼 자신의 집 울타리 안에 차고지(대당 5m×2.3m)를 확보해야만 한다. 부족한 차고지는 주소지 반경 1㎞ 이내의 토지를 임대하거나 공·민영 주차장을 임차해 마련해야 한다. 단,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소유의 1t 이하의 화물자동차는 제외 대상이다.

▲이처럼 제주도가 2007년부터 제주시 19개 동(洞)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의 확대 시행에 목을 매는 것은 제주지역 인구 및 세대 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전국 광역 지자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지역 인구 1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0.555대(전국 평균 0.448대), 세대당 보유 대수 1.338대(전국 평균 1.053대)로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

차고지증명제 확대 시행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핵심 논거다.

그럼에도 필자는 지난해 이 조례 개정안과 관련, 정책의 당위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밀어 붙이는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그동안 주민공청회 등에서 제기됐던 ‘서민들의 차고지 확보 문제’, ‘제주시 구도심 주차장 부지 부족’ 등 시민 피해를 최소화할 보완책 마련, 즉 공영주차장 대폭 확대 등 제반 준비에는 소홀하면서 제도 시행에만 집착하는 느낌이다.

지난달 제주도가 주차장 설치 기준을 강화했지만 오래된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아파트·원룸 등의 소유자 및 입주자 등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는 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특정 관점에서만 보면 특정한 각도에서만 답을 찾게 된다는 뜻이다.

장하준 영국 캐임브리지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경제학 강의’에서 “운이 좋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못’이라면 손에 쥔 망치가 안성맞춤의 도구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도 당국이 곱씹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