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생존수형인 '공소기각'…70년 만에 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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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법절 절차 어긴 군사재판 무효"…사실상 무죄 선고
17일 제주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 4·3 생존 수형인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내란실행·국방경비법 위반 등에 대한 재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17일 제주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 4·3 생존 수형인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내란실행·국방경비법 위반 등에 대한 재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공소장과 판결문도 없이 치러진 군사재판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4·3생존수형인들이 70년만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양근방씨(87) 등 4·3생존수형인 18명이 청구한 국방경비법 및 내란죄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경우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즉 70년 전 피고인들이 받았던 군사재판이 법적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만큼 재판 자체가 무효라는 뜻으로 사실상 무죄 선고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수형인명부와 군 집행 지휘서, 감형장 등 수형 관련 문서 등에는 피고인들의 죄명과 적용법조만 기재돼 있을 뿐 공사장이나 판결문 등 피고인들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더한 공소사실로 군법회의에 이르게 된 것인지를 확인할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군법회의를 담당한 군 당국이 예심조사 없이 경찰의 의견을 수용해 판정·판결 내용을 미리 정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점 등에 비춰 당시 피고인들에 대해 옛 국방경비법에 따른 예심조사와 기소장 등본의 송달 등 기소사실 통고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이러한 점을 볼 때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절차를 위반해 무효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법원의 선고가 이뤄지자 법정엔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고, 재판을 지켜보고 있던 4·3생존수형인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김평국 할머니(89)는 “한 평생 망사리(해녀들이 물질 중 수확물을 담을 때 사용한 그물)에 갇힌 것마냥 답답했는데 오늘 그 망사리가 다 날아간 것처럼 시원하다.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동수 할아버지(86) 역시 “70년 평생의 한이 오늘 무죄 판결로 풀렸다”며 “더할 말이 없을 정도로 반갑고 새로운 인생을 얻은 것 같다. 오늘이 제2의 생일이 됐다”고 말했다.

양동운 4·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오늘 판결로 역사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하고 싶다”며 “오늘 판결이 지지부지한 4·3특별법 개정과 진상규명보고서 발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생존수형인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점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남은 생존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은 물론 국가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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