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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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달력의 첫 장을 펼치듯 우리는 매일 매일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는 깨끗한 종이 한 장 같은 하루를 선물로 받는다. 종이에 그림을 그려나가듯이 하루의 삶을 그리고 그 하루하루의 삶이 조각보와 같이 이어져 커다란 보자기가 되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누구나 새로운 각오와 소망을 품고 시작했을 것이다. 어떤 것은 작심삼일 만에 내가 그리고자 했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포기하거나 아니면 다시 시작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르신들이 육십 평생 살아보니라는 말씀으로 삶을 이야기 하였듯 나도 그 나이 반열에 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아 캄캄한 밤 같은 시절도 있었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일어설 수가 없었던 순간순간들도 있었다. 또 화창한 봄날에 예쁜 꽃들이 피어나는 시절도 또한 있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이어져 내 삶이되었는데 구겨버리거나 찢어진 조각보다는 그래도 살아보려고 애를 썼던 자국들이 많아 새삼 자신에게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림을 그리다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찢어버리거나 아무렇게나 낙서해서 구겨버리고 다시 새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리지만 우리의 삶은 버려진 종이도 그리고 찢어버린 종이장도 고스란히 이어져 삶의 보자기가 되어가는 것이다.

보자기는 물건을 싸거나 덮어두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 보자기에 싸서 고이 보관해 두는 물건은 주인에게 귀한 것이고 또 덮어두는 것은 지금 당장 사용하지 않지만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또는 버리려고 해도 버려지지 않는 것들을 덮어 두는 용도가 아닌가 한다. 내 삶의 보자기로는 무엇을 싸두고 또 무엇을 덮을 것인가.

그동안 감싸 안고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안고 있을 수 없어 펼쳐서 하나씩 분류를 하고 있다. 아깝지만 무엇인가를 꺼내어야만 싸맬 수 있기에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면서 그것들을 바라보니 참 많은 것들을 꺼내놓게 되었다. 아마 나이 들어 좋은 것들 중에 이렇게 선 듯 꺼낼 수 있는 것도 그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내 삶의 보자기로 덮고 싶은 것들은 버리려고 애를 쓰지만 아직도 버려지지 않는 부끄러운 모습을 덮고 싶다. 요즘은 참아내지 못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덮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조그만 바람이 불어도 크게 흔들거리는 자신과 고요해지고 싶은 자신이 매일 싸우고 있다. 오늘! 선물로 받은 깨끗한 시간위에는 부끄러움이 조금 더 덮어지길 소망하며 삶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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