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直言)
직언(直言)
  • 김범훈 기자
  • 승인 200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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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초기 때의 일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신당 논란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김경재 의원이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언로(言路)가 경직됐다’며 아주 리얼하게 비판했다. 당시 그의 주장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이기명 전 후원회장에게 위로 E메일을 보낸데 대해 유인태 정무수석은 “적절치 않다. 너무 온정주의다”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당신은 경기고.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니까 사고방식이 다르다. 나는 고교밖에 못나와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1급 참모의 직언(直言)을 공식회의에서 면박한 후로는 그동안 ‘엽기수석’이라고 불릴 만큼 다변이었던 유 수석조차 아예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지난 정부 말기 때의 일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많은 정책 부작용과 국력낭비를 초래한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에 대해 “한국 현실에는 적용하기 힘든 모델”이라며 자신은 이를 벤치마킹하자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권 부총리는 이미 2년 전 OECD대표부 대사로 있을 때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하면서 “스웨덴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돌려 봐야할 보고서”라며 극찬했고 그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런 권 부총리는 정권이 끝나가자 ‘사실 나는 다른 의견이었다’고 발뺌한 것이다. 대안이나 보완책 등을 직언 하지 않고 ‘예스맨’ 노릇만 했으니 비겁자란 말까지 나온다.

▲새 정부 초기에 이석연 법제처장이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이 처장은 지난 20일 “새 정부가 한나라당의 논리로 집권은 했지만 집권 후에도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노사모 논리로 집권했으나 그 논리로만 계속 가다 국민과 멀어지지 않았느냐”며 “지금이야말로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권력자라도 가다보면 판단이 흐려지는 법이며 그럴수록 주위에서는 직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얘기다. 새 정부 각료 중에서 처음 나온 자아비판이 신선하기까지 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길이 잘못됐다’고 직언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그의 소신이 기대된다. 지금 새 정부 각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예스맨’이 아닌 직언의 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