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와 등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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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한겨울엔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영국 민요에 고은 시인이 작사를 한 ‘등대지기’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선박들에게 유일한 안내자가 돼주는 등대지기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노래다.

▲제주도 본섬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유인 등대인 ‘산지등대’의 등대지기가 사라진다고 한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이 올 하반기부터 산지등대를 무인등대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산지등대가 무인등대로 바뀌면 제주지역의 등대지기는 우도등대와 마라도등대, 추자도등대 등 ‘섬 속의 섬’ 3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사라봉에 위치한 산지등대는 1916년 10월 처음 불을 밝혔는데 이듬해인 1917년 3월 유인등대로 전환됐으며 ‘영주십경(瀛州十景)’의 제 2경인 ‘사봉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등대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섬에 세워진 ‘파로스’등대다.

기원전 280년 무렵에 세워진 파로스 등대는 1100년과 1307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1994년 바다 속에서 높이 4.55m 무게 12t에 이르는 여신상과 등대 잔해들이 인양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높이 135m 규모의 파로스등대는 수백 개의 석실을 갖췄고 등대에서 밝히는 빛은 반사경을 통해 50㎞까지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에 처음 세워진 등대는 1903년 6월 인천 앞 바다 팔미도에 세워진 ‘팔미도등대’다.

이 등대는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의 불을 밝힌 것으로 유명하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등대는 ‘우도등대’로 1906년 3월 처음 불을 밝혔다. 무인등대로 건립된 우도등대는 1959년 유인등대로 전환됐으며 현재의 등탑은 2003년 새로 지워졌으며 구 등탑은 등대문화제 제7호로 지정돼 있다. 제주의 등대 중 마라도등대와 우도등대는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4선에 포함돼 있다.

▲등대와 등대지기는 홀로 외로이 어두운 세상에 불을 밝히기에 모든 이에게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무인시스템으로 인해 등대지기가 점점 사라질수록 그리움은 오히려 커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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