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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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영 수필가

별은 희망이고 그리움이다.

우리는 밤하늘의 찬란한 별을 노래하면서 사랑이란 별 하나 가슴에 새긴다. 또한 별처럼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땅 위의 별이 되기를 바란다. 요즘엔 뿌여진 하늘 탓으로 별 보기가 어렵지만, 별을 만나는 날은 행운이라도 잡은 듯, 많은 추억을 공유한 오래 된 친구를 만난 듯 가슴이 설렌다. 어린 시절 별과의 약속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릴 적 고향집 마당은 꿈을 짓는 나의 세계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바깥채에는 6·25전쟁으로 밀려온 피난민이 살았다. 기독교 신자인 서울 할머니는 명륜동에서 부유하게 살았었고, 할머니의 작은딸은 하버드대 유학 중이었다. 할머니는 평상에서 노는 동갑내기인 손녀와 나에게 동요와 율동을 많이 가르쳐 주셨다. 거의 잊고 말았지만, 그 중에서도 별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 준 별 삼형제노래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중략)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 흘리네\-

별에게도 형제가 있고 눈물도 흘린다는 노랫말은 어린 나의 마음에 신비로움과 동경심을 불러 일으켰다. 가슴에 별 하나 반짝 들어와 친구가 되었다. 휴전 협정이 되자 피난민들은 고향으로 떠나게 되었다, 서울 할머니는 나에게 대학생이 되어 서울에서 만나자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왈칵 눈물이 나왔다.

피난민들이 떠난 후 마당은 쓸쓸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텅 빈 집이 외롭고 무서웠다. 어머니가 밭에 나가지 않는 날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 마당에 들어섰을 때 재봉틀 소리가 들리면 , 살았다!” 달려가 바느질 하는 어머니 옆에 엎드려 숙제도 하고 국어책도 소리 내어 읽으면 우리 막내 공부 잘하면 서울대도, 하버드대도 보내 주지.” 어려움 속에서도 큰 꿈을 키워 주셨다. 서울 할머니가 더욱 그리워졌다.

 

중학생이 된 후에도 별을 끔찍이 사랑했다.

어디선가 나처럼 별을 보며 꿈을 짓고 있을 사람에게 마음의 편지를 띄우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학문을 높여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지상의 별이 되겠다는 꿈 하나로 가슴을 채웠다.

꿈은 막연해서 슬프고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만 갔다. 3학년이 되자 어머니는 꿈을 긁적여 놓은 내 일기장을 보셨는지 공상 속에서 헤매는 나에게 현실의 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타일렀다. 마당 별빛 아래서 소리 없이 울었다. 혼자 이겨내야 할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작은오빠와 언니가 동경으로 떠나고 없는 형편을 잊은 채, 홀어머니 곁을 떠나는 나 혼자의 꿈이 죄송스러웠다. 머나 먼 길을 떠나는 유학의 꿈을 접고 가까운 사범학교에 진학하였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별에게 걸어 둔 꿈을 접지 못하였다. 연못가를 서성이면서 내 영혼은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곤 했었다. ‘나는 왜 여기에 머물러 있는가.’ 연못에 고인 달빛이 슬픈 표정을 짓던 밤의 내 영혼은 미지의 세계를 떠돌다 지쳐서 돌아오는 보헤미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별을 쳐다보다가 별빛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막내는 선생 하다가도 서울로 튈 아이다.” 처녀 적 들었던 그 말이 가슴 한 편에 담아 있을 줄이야.

어머니의 걱정스런 한마디는 고뇌했던 내 영혼의 방황을 멈추게 하였다. 학문이 있고 없음을 떠나서 주어진 자리에서 주변의 고달픈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가는 사람이 지상의 별임을. 더욱 찬란해진 별빛을 한가득 담으며 오래도록 서 있었다.

 

별은 내 삶을 밝혀주는 영혼의 동반자다

별에 걸어 둔 그 갸륵한 꿈 하나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다시 날 감동하게 만든다. 별을 그리다 보면 동심으로 돌아간다. “신은, 인간이 지혜 속에서 그의 어린 시절을 되찾기를 기다린다.” 는 시인 타고르의 말을 기억한다. 내 안에 놀던 그 작은별은, 많은 세월을 겪으면서 얼마만큼의 빛으로 나를 반짝이게 하는가.

내 가슴속엔 아직도 별이 되는 꿈 하나 푸르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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