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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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사람은 건강 앞에서 참으로 간사하다. 육신이 멀쩡할 땐 누가 뭐래도 당당하다. 그러다가도 병에 걸려 아프기 시작하면 끙끙 앓으며 절명의 공포 앞에 나약한 존재로 추락한다.

문명 이전의 사회는 두말할 나위 없다. 거목이나 바위 앞에 넙죽 엎드려 살려 달라 읍소했다. 심지어 보이지도 않는 귀신에게 매달리기도 했다. 귀신의 보복이나 장난 때문에 아프다고 여긴 것이다.

질병 이름에 작은손님(홍역), 큰손님(천연두) 같은 경칭을 붙인 것도 귀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는 처신이다. 천연두의 경우 한방에서 두창·역신 또는 백세창이라고도 했는데 민간에서는 ‘마마’라고 했을 정도다. 대왕·대비마마와 동급으로 모셨을 정도니 그 공포심을 짐작할 수 있다.

▲어릴 적 홍역을 앓다가 죽은 아이가 수두룩했다. 그래서 ‘홍역을 치렀다’, ‘홍역은 평생에 안 걸리면 무덤에서라도 앓는다’는 속담이 생겼다. 발생 빈도가 높고 위험하다는 비유다. 그런 홍역도 한국에선 2006년 퇴치 선언을 해 사라진 감염병이다.

요즘 경기와 경북 일대에 때아닌 홍역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대구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후 한달 새 확진자가 37명으로 늘었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대구와 경북 경산, 경기 안산·시흥·김포 등에서 발생했다. 다행히 제주에선 아직 홍역 소식이 없다.

주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4세 이하의 영유아가 먼저 걸렸고, 20·30대의 부모와 의료진이 옮았다고 한다. 홍역은 생활환경이 나아지면 없어진다고 해 ‘후진국형 질병’으로 불리는데 근래 확산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홍역은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전염병이다. 예전과 달리 폐렴 등 합병증만 주의하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해도 새해 벽두에 역병이 유행한다는 건 불안하고 기분 나쁜 일이다. 뾰족한 수는 없고 일단 예방접종을 하는 게 중요하다. 백신접종에 따른 이상반응은 극소수인 반면 그마저 안하면 1000명당 1명꼴로 앓는다는 게 학계의 보고다.

홍역 같은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확산 여부를 가름한다. 당국의 발빠른 대처와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소에 문의하고 ‘기침예절’ 등을 생활화해야 한다.

홍역이 다시 고개 든 건 해외 감염자가 입국 후 퍼뜨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정말이지 지구촌 반대편의 전염병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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