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마음으로 소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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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부 교수·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자아에 옷을 입히는 방법이 현대 소비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 행위가 유행이 되면 그 창조된 유행이 자아를 규정하게 된다. 우리는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각 단계와 조화를 이루는 상품을 통해 자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상품의 기능적 측면보다는 상품들 간에 정서적·문화적인 측면의 동질성과 통일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경향은 시각적으로 잘 보이는 상품이거나 그 상품이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반영할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프랑스 철학자 겸 수필가였던 디드로(Denis Diderot)는 ‘헌 가운을 버리고 나서의 후회’라는 에세이에서 상품이 어떻게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지를 지적하였다. 책상에 앉아서 서재를 둘러보던 디드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재가 전과는 다르게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에는 비좁고 소박하고 어질러져 있었지만 평온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제는 우아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지만 왠지 우울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그 이유가 바로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새 가운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 가운을 입기 시작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 책상이 너무 낡아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책상을 새로 샀고, 벽에 걸려 있던 장식용품이 눈에 거슬려 그것을 걷어내고 커튼을 새로 달았다. 그런 식으로 서재에 있던 물건들을 모두 바꾸었다. 왜 그랬을까? 새로운 서재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관성을 원했다.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 벗어나 있다는 느낌보다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원했던 것이다.

이 일화에서 유래하여 어떤 상품을 새로 구매하게 되면 다른 상품들까지 어울리는 상품으로 구매하게 되는 소비의 심리적 현상을 디드로 효과 또는 디드로 통일성이라고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디드로 효과로 인한 충동적인 소비는 자주 발생되고 있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고급 손목시계를 선물 받으면 양복, 셔츠, 허리띠, 신발, 넥타이, 지갑 등을 시계에 어울리는 상품으로 바꾸고,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식사도 더 좋은 곳에서 하게 된다.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 그 집에 어울리게 가구를 새로 사고 옷, 구두, 양말까지 새로 구입하게 된다. 오랜만에 동창 모임이 있어 괜찮은 외출복을 사면, 세일매장에서 구매한 가방이 옷과 어울리지 않아 정품가방을 구매하게 되고 구두도 구매하게 된다. 구매 상품들 간 통일보다는 정서적인 통일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매욕구가 생기게 된다.

기업들은 디드로 효과를 판매 전략으로 활용하여 ‘○와 잘 어울리는 ○’라는 강조를 통해 구매심리를 자극한다. 사람들 간 동질감을 자극하여 엄마와 자녀, 연인 간 패션이 어울려야 한다며 패밀리룩·커플룩 등 토털패션으로 구매를 유도하기도 하고, 고가 가방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가방과 어울리는 지갑 구매를 유도하기도 하고. 인기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캐릭터 팬들의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매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디드로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초라하게 느껴졌고 서재가 남의 서재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디드로 효과의 가장 큰 문제는 상품 성능이나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것이다. 디드로 효과에 이끌리지 않으려면 구매할 때는 필요한 것인지, 다른 상품에 맞추기 위한 것인지를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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