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흑심(厚顔黑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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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새해 들어 삼국지를 다시 펼쳐 보고 있다. 등장하는 영웅호걸들을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낯이 두껍고 속마음을 감추는 데 도가 텄다. 이른바 후안흑심(厚顔黑心)이다.

조조는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양반 같다는 유비만 해도 그렇다. 싸움에 지면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했다. 심지어는 속으로 가장 경멸하는 조조에게조차 머리를 숙이며 의탁했다. 하루는 조조가 “천하의 영웅은 사군과 조조뿐이외다”며 떠보자, 그는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때 마침 우렛소리가 크게 울리자, 젓가락을 집으며 혼잣말처럼 되뇐다. “무슨 천둥소리가 이리 대단하고…” 그 모습을 보고 조조는 더는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연유에야 새장 속의 새요, 그물에 걸린 물고기와도 같은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초한지의 항우는 낯이 얇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를 지니고 있음에도 맨 마지막 싸움에서 패하자 권토중래를 기약하기보다 애인과 죽음을 택했다.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보수층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두 전대에 달려드는 모양새다. 무주공산이라 당연하기도 하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입당해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 당권경쟁 흐름을 가속화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곧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들을 향한 내부 견제도 치열하다. 특히 황 전 총리를 향한 공격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친박 및 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당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는 것이다.

이들 빅3를 싸잡아 누구는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이는 ‘집 짓기’에 비유하며 이들의 급소를 찔렀다. 후보 중에는 무너져가는 집에 난장판 치고 나간 이도 있고, 당원들이 피땀 흘려서 집을 짓고 있는데 베짱이처럼 구경만 하던 이도 있고, 부실공사 책임지고 나가놓고 들어오겠다는 이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낯이 두껍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기차는 간다’며 마이웨이다.

▲난세에는 낯이 두꺼워야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맷집을 단련할 수 있다. 남의 눈치나 비난에 민감한 새가슴으로는 한 방에 훅 간다. 정치권에도 중도에 하차한 반짝스타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명분을 무시했다간 자신이 베일 수도 있다.

후안흑심은 양날의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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