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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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왜 이곳에 있는 건가?’ 머리의 남아있는 조각을 맞춰본다. 청바지에 노란색 운동화, 어제의 모습이다. 날씨는 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 그리고 이내 눈에 익는 장소임을 알 수 있다. 손수레에 과일을 가득 실은 장사꾼의 외침을 따라가 본다. 민소매 차림의 노인은 목덜미에 수건을 두른 채 손님을 불러댄다. 저편에 젊은 처자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거리를 활보한다. 마침 수업이 끝났는지 학교 앞에는 바깥세상을 구경하려는 병아리들이 서로의 등을 밟으며 열심히 올라갔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얘들아 그걸 사서 가면 아마도 엄마에게 칭찬보다는 야단을 맞을 거야 조금 더 자라면 귀찮은 존재가 되어 이도 저도 못 해. 그리고 오래 살지도 못해 괜히 슬픔에 빠질 거야’ 간섭에 나서려는 순간 구수한 냄새는 추억을 되살리는 먹을거리 번데기다. 연탄불 양은 솥에 수북이 담겨 서로 달라 손 내미는 통에 숟가락이 바빠진다.

갑작스러운 자동차 경적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도로가 분명한데 지나다니는 차는 셀 수 있을 만큼 한가하다. 버스는 비어있는 채 느리게 가며 잠이 부족한지 안내양은 선 채로 졸고 있다. 곧이어 보이는 건물은 극장임을 알려주는 간판의 그림, 주마등처럼 스치는 장면들, 혼란 속에서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점들을 보고서야 50년 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해 봐야 한다. 이런 예고 없는 방문은 적지 않은 경험에도 설렘보다는 당혹감이 우선이다. 배고픔도 잊은 채 나그네가 되어 과거를 여행하는 중에 스쳐 가는 얼굴들이 있다.

‘저 집 아저씨는 힘겨운 삶을 보내고 있지만, 곧 성실함을 인정받아 온 가족이 미국에 이민을 떠나 안정된 생활을 하며 형제자매들과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넉넉한 노후를 보낼 거야. 어떻게 아냐고? 아들이 나와 친구야. 쌀가게 아줌마는 남편을 잃고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가장 역할을 하지만 얼마 후에 딸이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 사돈댁 도움을 받아 사모님 대접을 받으며 고상한 척 행동을 하지. 멀지 않은 친척이니까 누구보다 소상히 알지. 그런데 인색하기가 짝이 없어.’

물론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그럴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잠시 원래로 돌아와야 한다. 항시 여운을 남기는 사실이다. 시간은 2분 이내이며 마음먹음과 동시에 눈이 뜨인다. 어디로 갈까보다는 한순간 무의식중에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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