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人不死 大盜不止(성인불사 대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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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천천, 제주국제대 중한통번역학과 교수

최근 몇 년 동안, 권위주의 정부뿐만 아니라 자유를 표방하는 소위 민주국가들의 정부들에서도 경제에 대한 정부개입이 많아졌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간다. 경기가 조금만 흔들려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더 많은 지원을 하거나 제한을 하지만 그러한 정책이 막 시장에 나왔을 땐 이미 시장은 또 다른 변화가 생기고 정책이 반 박자 느리다는 느낌이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시켰지만,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성인불사,대도부지(聖人不死,大盜不止)’라는 말이 떠오른다.

‘성인불사 대도불지’라는 말은 <장자 외편 거협)>에서 나오는 말이다. 그 뜻은 이 세상에서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인과 도둑은 서로 의지하면서 둘 중 누구라도 없으면 안 된다는 말로 어떤 학자들은 이 설이 유교사상 특히 공자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심지어 이 글의 진위를 의심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일말의 불간지론(不刊之論·반박의 여지가 없는 견해)이다.

장자 33장의 주된 사상으로는 3가지가 있다. 제물론, 본아설(本我說)과 본직설(本職說)이다. ‘성인불사 대도부지’는 이 3가지 핵심사상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제물론, 도가는 빈부격차에 의해 탐욕이 생기고, 빈곤이 없으면 부자도 없으며, 등급차이로 인해 차별이 생기고, 귀함이 없으면 천함도 없고, 갈등은 차이에서 비롯되며, 마찬가지로 성인이 없으면 큰 도둑도 없고, 도덕성을 강조할수록 ‘도덕적 결함’을 가진 사람들도 나타난다.

다음으로, 공자를 대표하는 성인은 자아(Ego)와 초자아(Superego)를 추구한다. 우리가 사회에 보여주는 것은 바로 자아와 일부 초자아이다. 그러나 도둑은 본아(Id)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성인들을 매우 경멸하고, 그들이야말로 허위라고 여겼다. 왜냐면 그들은 단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인격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그 뒤에 숨은 욕망은 다 똑같다. ‘절구자주,절국자위제후(竊鉤者誅 竊國者爲諸侯·갈고리를 훔진 자는 도둑, 나라를 훔친 자는 제후가 된다)’가 바로 이 이치이다.

마지막으로, 장자는 특히 각자의 본분을 강조하며 월조대포(월조대포·주제넘게 자신의 직분(職分)을 넘어 남의 일을 대신하는 것)을 비판했다. 《잡편·열어구》에서 흉화를 일으키는 사상은 다섯 가지인데, 중덕(中德)이 화근이다. 중덕이란 스스로 잘난 체하며 다른 사람을 헐뜯는 행위로 타인에게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도가 학설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것이다. 성인도 이와 같고 대도도 이와 같다. 성인은 끊임없이 자기의 도덕적 기준으로 대도를 만들어 낸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만 책임질 수 있을 뿐, 자신을 바르게 해야 하며, 도덕적으로 남을 협박해서는 안 된다. 만약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정치 모델인 ‘무위이치(無爲而治)’이다.

위의 세 가지에 따라 현재 분분한 국제 정세를 재조명하거나, 주변의 사회적 이슈를 빗대어 보면, 도대체 누가 ‘대도’이고, 누가 ‘성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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