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의 외교 역량을 발휘하라
특별자치도의 외교 역량을 발휘하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이사장/논설위원

제주도엔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있다. 해외동포재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서귀포 혁신도시에 있다. 제주평화연구원은 평화포럼이라는 대형 국제행사를 개최한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는 많은 나라의 도시들과 자매도시와 우호도시 등을 통해 국제교류를 하고 있다. 그만큼 제주도 역시 특별자치도의 역할에 걸맞은 국제교류, 거창하게 말하면 외교 역량 발휘가 필요한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의 과거 100년의 역사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사이에서 외세의 강력한 원심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고 단언해도 더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특히 내부의 분열과 좌충우돌이 이런 외부요인과 결탁하여 민족운명을 그르치게 했던 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제주 섬 역시 외부 요인에 의해 도민들의 운명이 좌우되어 왔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21세기 한국은 땅 크기나 인구로 볼 때 영국이나 독일만큼의 덩치라고 무방할 만큼 튼튼해 졌다. 따라서 이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와 같은 민족허무주의나 외교패배주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한때 동아시아중심국가 논의에서 보듯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야말로 극동지역의 안정과 지속가능성의 기준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의 지역안정과 지속가능성이야말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조건이다.

지속가능한 혁신적 포용국가로 전환하려면 이제 더 이상 평화경제외교가 실패해서는 곤란하다. 한국경제의 규모와 교역대상만큼 외교역량의 발휘도 세계 10위권 국가만큼 더욱 다양하게 확대될 뿐만 아니라 깊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래 새로운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해서 인사를 나누었던 4강 외교의 낡은 관행과 편견에서 탈출해야 한다. 제주도 역시 국제교류를 다변화하면서 그 형식과 내용을 보다 다각화하고 강화해가야 할 때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신기욱 한국학자는 이제 한국이 주변 4강의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 꼴이 아니라고 역설하며 새롭고 기발한 제안을 하고 있다. 그가 볼 때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만큼 강력한 역량을 뽐내고 있는 중추적 중견국가라는 사실을 선선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경제력과 문화역량에서 볼 때 단지 새우 꼴이 아니라 돌고래 수준의 중추척 중견국가(미들 파워)이다.

마찬가지로 제주도 역시 ‘세계평화의 섬’에 맞도록 비무장 평화의 섬을 지켜야 하고, 공항인프라 확충문제로 공공갈등이 장기화되어 도민들이 분열하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내는 악순환의 늪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 제주환경용량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관광객 수요조사조차 불비한, 너무나 무분별하고 무책임하며 무사려한 공항 신규 건설 강행은 즉시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밖으로 눈을 돌려 활로를 찾아 나서려면 그런 내적 낭비와 마찰부터 해소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지사는 더 이상 도민분열의 원인을 제공하지 말고, 문제해결과 갈등조정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낡은 관행과 편견으로 점철되었던 구시대의 작풍으로부터 벗어날 때이다. 대한민국이 중견국가에 걸맞은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하듯이 제주 역시 단견이나 물욕에 휘둘리지 말고 장기 미래 전망을 하면서 긴 호흡의 실용주의 국제교류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