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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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1만원권 지폐는 대한민국에서 발행한 10,000권 지폐를 말한다. 크기는 가로 148㎜, 세로 68㎜로 손바닥만 하다. 색상은 초록색으로 앞면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얼굴이 실려 있다. 비유적으로 만원짜리 지폐를 ‘배추잎’이나 ‘세종대왕’이라고 지칭한 이유일 게다.

그리고 세종대왕 초상을 배경으로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그려진 ‘일월오봉도’와 최초의 한글 창착품인 ‘용비어천가’ 무늬도 새겨져 있다. 만원권 뒷면엔 우리의 과학기술을 주제로 한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광학천체망원경’이 다지인돼 있다.

▲만원권 지폐는 1973년에 첫 출시됐다. 당초엔 1972년에 도입할 계획이었다. 한데 지폐 앞면에 석굴암, 뒷면에 불국사가 도안돼 특정종교와 연관이 깊다고 종교계 일각에서 거세게 반발하자 없던 일이 됐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 결국 이듬해 세종대왕 영정의 지폐가 나오게 됐다.

이 시절 담배 거북선 한 갑 가격은 300원이었다.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은 200원대였다. 만원권 한 장이면 거북선 33갑을 피울 수 있었고, 짜장면 50그릇을 먹을 수 있었다. 당시 만원권 석 장 내지 넉 장이 한 달치 평균 봉급이었다. 그만큼 그 가치가 높았다는 얘기다.

▲만원권 지폐는 2009년 5만원권이 유통될 때까지 36년 동안 국내 최고액권 화폐였다. 그래서 만원만 주머니에 있으면 취미생활, 식사, 생활필수품 구매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설날 세뱃돈으로도 인기 만점이었다. 위조 사건도 빈번히 일어났다.

이런저런 연유로 그 용도가 많았다. 그야말로 ‘배추잎’ 전성시대였다. 오죽하면 사과박스, 차떼기 같은 이른바 뇌물을 상징하는 요소로 애용이 됐겠는가. 옛날 사과 상자에 만원권 지폐를 꽉꽉 눌러 채우면 최대 5억원까지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만원권의 쓰임새가 예전만 못하다. 그 역할이 5만원권 지폐로 대체된 게다. 화폐발행잔액(한은에 환수되지 않고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기준 5만원권 발행잔액 비중이 83.9%에 달한 반면 만원권은 13.4%에 그쳤다.

만원의 가치가 계속 떨어져 경조사비, 용돈 등으로 5만원권이 널리 사용된 데 따른 결과다. 경제 규모 확대, 물가 상승 등의 영향도 크다. 만원짜리 한 장 들고 가도 살 게 없다는 주부들의 하소연이 괜한 엄살이 아니다. 이제 만원의 행복은 옛말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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