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수형인 범죄기록 빨리 삭제해야
4·3 수형인 범죄기록 빨리 삭제해야
  • 고동수 기자
  • 승인 2019.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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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70년 만에 ‘공소기각’으로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은 4·3 생존수형인 18명은 ‘빨간줄’이 없어지게 됐다며 기뻐했다. 빨간줄은 ‘범죄경력 기록’을 말한다. 범죄경력 기록은 법원 판결 후에 즉시 삭제되지 않는다. 무죄, 공소기각 등의 판결이 확정된 후 법무부가 전산 작업을 한 후 경찰청이 삭제한다.

무죄 판결을 받은 처지에선 하루라도 빨리 범죄경력 기록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4·3 생존수형인들은 모두가 80~90대인 고령자로, 일부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현재 범죄·수사경력회보서에는 이들의 죄명은 ‘이적(利敵)의 죄’로 명기돼 있다. 옛 형법 제77조, 옛 국방경비법 제32조, 제33조를 적용하면 내란죄 또는 간첩죄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이 때문에 4·3 생존수형인들은 지금껏 잘못된 범죄경력 기록으로 인해 직장 취업 과정 등에서 이른바 ‘신원조회’에 발목이 잡혀 많은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로 인한 ‘연좌제’의 사슬은 후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런 점에서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8일 제주경찰청을 방문해 4·3 생존수형인에 대해 범죄 경력 기록을 이른 시일 내에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바람직하다. 과거의 판결이 부당함을 사법적으로 확인한 만큼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제주경찰청 차원의 신속한 후속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범죄경력 기록 삭제는 통상적으로 판결이 최종 확정된 후 최소 한 달가량 걸린다. 이 점에서 제주경찰이 “경찰청으로 판결문 등 관련 자료를 올려보내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조처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점을 높이 사고 싶다. 경찰로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3 생존수형인들로선 범죄 경력 기록이 삭제됐다는 안내문을 받는다면 또다시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하루빨리 빨간줄이 없어져 70년 전 아무런 죄도 없이 잡혀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교도소에 갔던 이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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