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長城一夜/庚韻(장성일야/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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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水巖 李昌俊(작시 수암 이창준)

晩秋何日泊長城 만추하일박장성 늦가을 어느 날 장성에 머무는데/

憂試難眠早起行 우시난면조기행 시험걱정 잠 못 이뤄 일찍 일어나 거닐었네/

虧月淸風枯葉颺 휴월청풍고엽양 이지러진 달 산들바람 고엽은 흩날리고/

忽來鐵馬向遐京 홀래철마향하경 문득 다가온 철마는 서울 향해 달려가네/

晨星落落天鮮亮 신성낙락천선양 새벽별 지고지어 하늘 곱게 밝아오니/

水霧昇昇地滿禎 수무승승지만정 물안개 피어올라 온 누리가 상서롭네/

瑞氣流身心靜靖 서기유신심정정 서기가 몸에 흘러 마음 고요히 편안하여/

祈望我們享光榮 기망아문향광영 우리 모두 영광 누리길 바라며 빌어보네/

주요 어휘

何日(하일)=어느 날 =이지러질 휴 =날릴 양 =멀 하 =밝을 양 =상서로울 정 瑞氣=상서로운 기운 =편안할 정 我們(아문)=우리 모두 =누릴 향

해설

지난 가을 어느 날, 난생 처음으로 전라남도 장성 땅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튿날 이곳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구당(灸堂) 침술원에서 그간 배우고 익힌 침 뜸 의학에 대한 성취도를 평가받는 날이었다. 청명한 가을 날씨와 숙소 주변을 흐르는 황룡강의 푸른 물줄기,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은 시험을 앞둔 우리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얻는데 도움을 주었다.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한 남은 노후를 기다리며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문하에 들어선 지도 14개월이나 흘렀다. 춥거나 무더운 여름에도 토요일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출석하여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그 결과를 평가받는 날이 바로 내일이라 어찌 쉬이 잠이 올 수 있을까.

뒤적거리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오솔길을 거닐었다. 밝은 달빛아래 떨어져 흩날리는 낙엽을 보니 더욱 심란해졌다. 그런데 날이 밝아오더니 황룡강 위 물안개 피어올라 온 누리를 덮으니 마치 신선세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평생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아무리 잘 그려진 산수화도 이에 견줄까. 기분이 상쾌해지고 오늘 일이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같이 간 일행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며 기원했다. <해설 수암 이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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