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에게서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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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과거 유력 정치인들의 단식은 목숨을 건 투쟁 방식으로 정치적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사용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단식 투쟁은 6월 민주항쟁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단식은 지방자치제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국회의원이었던 2014년 8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0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다.

▲YS의 목숨을 건 단식은 군사독재를 끝내고 민주화를 이뤄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단식 투쟁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5공 시절인 1983년 5월 18일, 가택연금 중이던 YS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정치범 석방, 해직 인사들의 복직, 정치활동 규제 해제, 언론 통제의 전면 해제 등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YS 단식 투쟁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언론을 철저히 통제했고, YS의 단식은 ‘정치 현안’, ‘어느 재야 인사의 식사 문제’ 등으로 언급됐을 뿐이다. 23일 동안 계속된 YS의 단식을 계기로 민주인사들이 결집되면서 ‘민추협’이 결성됐고, 이를 바탕으로 태동한 신민당은 1985년 2월 총선에서 민주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타고 제1야당으로 우뚝 서게 된다. YS는 단식을 끝내고 해외로 나갈 것을 요구하는 전두환 정권에게 “나를 시체로 만들어 해외로 부치면 된다”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며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지만 숱한 비판과 함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결기와 신념을 보여주는 것은 고사하고 ‘5시간 30분씩’ 의원을 교대하는 릴레이 단식으로 ‘웰빙 정당’, ‘간헐적 단식’ 등의 비웃음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수립된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 규탄 릴레이단식 계획안’을 보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30분, 오후 2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5시간 30분씩 2교대로 단식에 들어간다. 일반인들이 보통 점심을 12시 전후에, 저녁을 6~7시에 먹는 것을 감안한다면 5시간 30분 만에 교대하는 릴레이 단식이라는 말 자체가 어이없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릴레이 단식’ 대신 ‘릴레이 농성’으로 말을 바꿨지만 자유한국당의 투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꼴이 됐다.

자유한국당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YS에게서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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