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한올재단 갈등 여전
미술관 등서도 전시 불투명
‘하모니즘’의 창시자인 故 김흥수 화백(1919~2014)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지만 이와 관련된 기념전은 개최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미술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 화백 유작의 사후관리를 놓고 유족과 작품을 기증받은 한올재단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김 화백의 유족은 재단이 110억 원에 달하는 유작만 넘겨받은 채 증여 조건인 ‘김흥수미술관’ 건립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작품 반환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단은 어떤 조건도 없는 무상증여였다고 맞서면서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법원은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상황이지만 유족측은 ‘김흥수미술관’ 건립을 위해 재단과 긴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미술가는 “재단에 기증된 작품은 유화 33점과 드로잉 35점, 사진 2점 등이다. ‘꿈’, ‘두 여인’, ‘전쟁과 평화’ 등 하모니즘 화풍을 대변하는 작품들이다”며 “100호부터 1000호까지 김 화백의 개성을 살린 작품이 많은데 현재는 이 미술품을 보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현대미술관에도 ‘김흥수아뜰리에’ 상설전시관이 조성돼 있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만큼 연계 전시가 이뤄질 수 있음에도 유족과 재단의 대립으로 전시를 개최하기 어렵게 됐다.
2017년 12월에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 김흥수 화백 하모니즘 40주년 기념전을 앞두고 유족과 재단이 충돌하며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원로 작가는 “유족과 재단이 대립하고 있는 사이 한 시대의 작품이 잊히고 있다”며 “근현대 미술사에 있어 한국화와 서양화를 융합해 새로운 조형주의를 보여줬던 김 화백의 역사와 그의 작품이 다시 세상의 빛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