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선거, 이번에도 ‘깜깜이’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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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경제부장

오는 3월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가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주지역에서는 농축협과 수협, 산림조합 등 모두 32개 조합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예전에는 각 조합별로 조합장의 임기가 돌아올 때마다 선거를 치렀지만 선거관리 차원에서 선거관리위원회로 선거 전체가 위탁됐고, 2015년 3월 첫 전국동시 선거가 진행됐다. 이후 4년이 흘러 조합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오는 3월 두 번째 전국동시 조합장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조합장은 조합의 전체적인 사업권은 물론 인사권과 예산권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 조합장은 지역사회 곳곳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에서 조합장선거에 대한 관심은 지방선거에 못지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조합장선거도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선거가 4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조합원들은 누가 후보자인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새롭게 조합장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은 평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어 현직 조합장만 유리한 제도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전국동시 조합장선거와 관련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는 선거운동기간과 방법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고 선거운동기간 전에는 누구든지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합장 선거운동은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고, 지방선거와 달리 배우자나 가족 등이 선거운동에 나설 수 없다. 선거운동도 후보등록을 마친 오는 2월 28일부터 3월 12일까지 13일 동안만 가능하다.

또한 선거공보, 선거벽보, 어깨띠·윗옷·소품, 전화·문자메시지, 정보통신망, 명함 등 법에 규정된 방법으로만 허용된다. 후보자 연설회 및 공개토론회는 금지돼 있고, 인터넷도 해당 조합 홈페이지를 이용한 선거운동만 할 수 있다.

선거운동이 너무 막혀있다 보니 후보자들이 법을 어겨서라도 자신을 알리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7일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조합장선거 관련 위법행위가 31건 적발돼 검찰 고발, 수사의뢰, 경고 조치됐다. 제주에서도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1건이 고발된 상태다.

제1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에서는 제주에서 23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돼 5건은 고발, 2건은 수사의뢰, 3건은 이첩, 13건은 경고 조치됐다.

‘깜깜이 선거’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에서도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조합장 선거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에는 예비후보자제도와 단체 또는 언론기관의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를 도입해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고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내용과 후보자 본인 외에 배우자(배우자가 없는 경우 후보자가 지정한 1명)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들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후보자들은 꽁꽁 묶여 있고, 유권자인 조합원들은 누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운 현직 조합장이 유리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고, 오히려 불법행위를 양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제주의 1차산업은 갈수록 어려운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조합장이 누구냐에 따라 제주 농수축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농민과 어민들이 제대로 조합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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