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한국의 파브르 나비 박사의 발자취 고스란히
(5)한국의 파브르 나비 박사의 발자취 고스란히
  • 진주리 기자
  • 승인 201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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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명 연구소-옛 경성제대 생약연구소 시험장
서귀포 토평동에 1940년대 설립…나비 등 연구
서귀포시 올해 근대문화재 신청…재조명 작업 활발
서귀포시 토평사거리 인근에 있는 석주명 연구소 모습. 옛 경성제국대학교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인 이곳에서 석주명 선생이 연구실로 사용했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서귀포시 토평사거리 인근에 있는 석주명 연구소 모습. 옛 경성제국대학교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인 이곳에서 석주명 선생이 연구실로 사용했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일제 암흑기에 조선의 나비로 세계를 날며 우리 과학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선각자. 논문 한 줄을 쓰려고 나비 3만 마리를 만지는 열정의 노력가.

세계적인 나비 박사이자 제주학의 선구자인 석주명 선생(1908~1950)의 발자취는 서귀포시 토평동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서귀포시 토평사거리 인근에 자리한 전() 제주대학교 아열대농업생명과학연구소는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나비 박사 석주명 선생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옛 경성제국대학교(현 서울대)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인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석주명 선생이 19434월부터 19455월까지 21개월 동안 연구소장으로 부임하면서다.

석주명
석주명

나비 박사 석주명과 제주

평양 출신인 석주명 선생은 일본 가고시마 농림학교에서 곤충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921년 졸업 후 귀국해 모교인 소도고보 교사로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나비 연구를 시작했다.

영국왕립아시아협회 권유에 따라 1940년 우리나라 나비들의 동종이명 총 목록을 작성한 조선산 접류 총목록으로 세계적인 나비 학자로 우뚝 서게 됐다.

그는 이후 더욱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교사직을 버리고 경성제대의 촉탁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1943년 경성제대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 파견을 자원했다. 제주도시험장은 1940년대 초반 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19434월부터 19455월까지 이곳에서 근무하며 나비와 곤충은 물론 제주도 방언을 연구하며 제주학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제주도에서 나비를 채집해 제주산 나비류 58종을 학계에 보고했다. 아울러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을 누비며 20년간 75만여 마리의 나비를 채집했다. 그의 제주 사랑은 1947제주도방언집을 시작으로 제주도 자료집까지 여섯 권의 총서로 집대성돼 오늘날 제주학(濟州學)의 선구자로 추앙받고 있다.

석주명 선생은 제주도의 언어와 풍속에 우리나라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진정한 한국의 자태를 찾으려면 제주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경성제대 생약연구소 건물 주변을 살펴보면 선생이 연구실로 사용했던 흔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연구소 정문에서 건물에 이르는 동선을 따라 늘어선 소철과 야자수 등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토평사거리에 있는 석주명 기념비와 흉상
토평사거리에 있는 석주명 기념비와 흉상

업적 재조명 움직임 확산

때늦은 감은 있지만 옛 경성제대 생약연구소 내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는 석주명 선생의 흔적을 정리해 그의 업적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는 작업이 시나브로 이뤄지고 있다.

서귀포시는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2003년 토평사거리에 기념비와 흉상을 건립했다.

영천동 주민들은 70여 년 전 마을의 산과 들, 계곡을 누비며 나비를 채집하며 연구에 매진했던 그의 유업을 이어받기 위해 석주명 나비길을 만들어냈다.

서귀포시는 옛 경성제대 생약연구소 건물을 석주명 기념관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제주대학교 아열대 농업생명과학연구소 신축 건물이 완공됨에 따라 지난해 1월 연구소 이전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이 건축물에 대한 근대문화재 신청도 하기로 했다.

다소 인적이 드문 이 일대를 찾아오는 장소로 만들기 위한 사업도 병행 중이다.

서귀포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사업비 58억원이 투입되는 영천동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통해 이 일대에 석주명 기념관, 영천공원 등을 조성하고 주거 밀집지역 교통환경 개선, 보행환경 개선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귀포시는 이 사업을 통해 토평사거리 동쪽 일대에 나비 생태원, 나비관, 숲터널, 정원, 주차장 등이 갖춰진 석주명 공원(면적 7878)을 조성하고 공원 북쪽에는 야외공연장, 쉼터, 잔디마당, 주차장을 갖춘 영천문화공원(면적 4386)과 함께 석주명 거리도 만든다.

제주학의 선구자인 석주명 선생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후대에 길이 남을 공간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진주리 기자 bloom@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