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vs 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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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부부 사이에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가족 간 호칭이다. 남편의 누나는 형님, 형은 아주버님, 여동생은 아무리 어려도 아가씨다. 남편의 남동생은 미혼일 땐 도련님, 결혼 후엔 서방님이라 부른다. 이 모두에 존칭의 의미가 있다. 국립국어원이 낸 표준언어 예법이다.

처가 쪽은 다르다.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 여동생은 처제, 언니는 처형이다. 그야말로 ‘님’자는 어디에도 없다. 가족 간 호칭이 가부장적, 남성 중심으로 이뤄진 탓이다.

우리의 호칭이 불평등하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시댁과 처가라는 말부터 “남편 집은 댁이고, 우리 집은 그냥 집이냐”는 반발이 나온다. 작년 말 국립국어원 설문조사 결과 시민 10명 중 9명(86.8%)이 지금의 호칭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사정이 이러자 여성가족부가 남편·아내 양가의 비대칭적 호칭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립국어원의 대안을 보면 우선 도련님·아가씨·처남·처제 같은 호칭을 아예 없애고 ‘철수야’ ‘철수씨’처럼 이름을 부르자는 안이 있다.

또 부모는 양가 구분 없이 ‘아버님, 어머님’으로 통일한다. 남편의 부모만 아버지·어머니라고 부르는 건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다만 ‘장인어른, 장모님’ 등 기존 호칭을 유지하는 방안도 있다. 시댁·처가 명칭도 남편 쪽만 높여 부른다는 비판에 따라 시댁과 처가댁 등 나란히 바꾸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자 온라인에선 찬반 양론이 쏟아지고 있다. 진작에 차별적 호칭을 바꿨어야 한다는 지지 여론과 오랫동안 자리잡은 예절을 굳이 왜 바꾸려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기념회에 ‘아주버님, 도련님, 아가씨…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라고 쓰인 손팻말이 등장했다. 그만큼 가족 호칭이 성차별적이라는 의미를 알리고 싶은 것이다.

이로 볼 때 수백 년 관행이 얼마나 바뀔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이게 옳으니 꼭 사용해야 한다고 못박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처벌할 것이냐는 반감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상 ‘그냥 이름을 부르면 안될까요’ ‘어른들 앞에서 그랬다간 등짝을 두들겨 맞는다’ 등의 예민한 의견도 오른다.

시대에 뒤처진 호칭은 분명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양가를 존중하고 가족 간 친숙한 느낌을 주는 표현을 찾아 차츰 써나가는 게 해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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