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랑어가 개시한 광대한 기업, 제주 바다의 미래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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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논설위원

설 명절을 앞두고 가슴 뛰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거기가 참다랑어를 키우는 회사라면, 저희 학생을 인턴으로 받아주세요. 대학도 마다하고 그곳에서 꼭 참다랑어 양식기술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실은 우리 학교 학생회장 출신이거든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는, 대학 앞에 줄서지 않고 기업 앞에 고개 숙인 제자에 대한 믿음이 간절하다. “선생님, 그 학생이 참다랑어를 닮았군요. 2014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녀석이거든요.”

사실 참다랑어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청새치 못지않게 끈질기고 잘생긴 물고기다. 평생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입을 벌려 유영하는 고집도 있다. 아가미를 통과하는 물에서 산소를 받아들여 호흡하는 덕이다. 보통은 시속 30∼60㎞로 달리지만, 유사시에는 160㎞까지도 과속한다. 상상컨대, 그 학생이 참다랑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면 헤밍웨이가 주목할 바다의 개척자, 이름하여 전문경영인(CEO)이 될 게다. 그의 학교가 홈페이지에 적시했듯, ‘바다가 진정한 블루오션’이지 않은가.

아놀드 토인비에 의하면 바다는 인류의 광대한 기업이며, 세계인구가 지금의 10배로 늘어나더라도 충분히 생존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바다 면적이 육지의 4.5배에 달한다. 그중에서 25%가 제주의 바다다. 그런데도 수산물 생산량은 3%에 불과하다. 전남 47%, 경남 22%, 부산 13%, 경북이 5%를 차지한다. 다행히 생산액 기준으로는 12%에 이른다. 수산양식업에 집중해 부가가치를 높인 연유다. ‘21세기에는 인터넷보다 수산양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망하다’는 피터 드러커의 예측을 입증하는 셈이다. 사실 양식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해 기계화·자동화를 실현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지식산업화에 도달해 있다.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16%를 넘어섰고, 매출액 성장률은 20%에 이르렀다. 노르웨이의 마린 하베스트는 시가총액 5조원을 넘는 연어양식기업이다.

현재 제주도의 참다랑어 외해양식은 제주외해양식영어조합법인이 남원읍 위미지선에 설치한 2조의 수중 가두리에서 수행되고 있다. 수심 20m에서 25∼30㎏ 정도로 자란 참다랑어 700여 마리가 이 순간도 힘차게 유영 중이다. 다이버들이 고등어를 던져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채가는 모양이 가슴 뭉클하다. 다른 가두리에는 5∼10㎏의 참다랑어 1800여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은물결을 이루며 끊임없이 돌아가는 모습에 다이버도 잠깐씩 넋을 잃는다. 이 매력이 없다면 어떻게 날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그 깊은 바다 속으로 뛰어들 것인가.

개인적으로 외해가두리 회사를 알게 되면서 연구원으로, 경영자로, 자문역으로 일해 온 지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제주 바다는 태풍의 길목이라 양식이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무수히 격돌했다. 참다랑어 처럼, 참다랑어를 위해. 마침내 태풍으로 유실된 가두리와 폐사한 참다랑어들에서 얻은 결론은, ‘가두리가 견딜 수 있는 조류의 어장을 확보하라’는 현장. 조류만 괜찮다면 겨울에도 수온이 1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청정 제주야 말로 참다랑어 외해양식의 세계적 어장이다.

드디어 제주바다에서 무사히 자란 참다랑어들이 서울로 판매되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 인생의 꿈을 키워보겠다는 육지청년도 제주로 내려올 즈음이다. 제주바다가 광대한 기업으로 변화되어 제주경제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려는 지금, 이미 양식업의 비약적 성장을 보이는 청색혁명(Blue Revolution)은 시작되었다. 그동안 절망과 비난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참다랑어를 지켜준 제주도 해양수산국 담당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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