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청 선생님
유자청 선생님
  • 제주신보
  • 승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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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BHA국제학교 이사/시인·수필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강선생님 오랜만이야! 너무너무 반가워요.”

언제 내려왔어요?”

그제 우리학교 선생님들과 제주도 문화 탐방을 왔다가 그분들은 가셨고, 오늘은 선생님을 뵙게 되네요.”

경상도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제자 선생님이다. 얼마 전 제주도로 동료 선생님들과 문화 관광을 하러 내려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간을 조정하며 힘들게 내가 봉사 활동을 하는 이 곳까지 찾아왔다.

학생 때부터 단아하고 흐트러짐이 없었던 선생님은 늘 가르치는 일에 더없이 열성적이고 성실한 분이다. 지금은 학생 20명 정도의 소규모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체육이 전공이지만 아마 여러 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또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엄청날 것이다.

재작년엔 전 학생을 대상으로 사물놀이를 가르쳐 큰 상을 받았고, 전 학생들과 선생님과 해외 연수를 추진하면서 여러 어려움도 극복해 냈다. 또 해마다 학교 공터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배추를 심어 김장을 해서 이웃돕기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고구마를 심어서 아이들에게 농작물의 생육과정을 체험하고 음식도 만들어 먹으며 가족 공동체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강선생님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성게국과 우럭 조림으로 맛있는 점심을 마쳤다. 함덕해수욕장에도 들렸다. 겨울 바다의 맑고 싱그러운 갯내음이 몸을 감싸고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는 쉼없이 세상을 정화시키기고 있었다.

바닷가 근처 스타벅스에 들렸다. 한적하리란 예상을 깨고,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으로 넘친다. 20여 년 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매장이 몹시 생소하다고 느꼈었다. 또 이름에 왜 벅스가 붙었는지도 기이하게 생각했다. 스타는 아마 성조기의 별을 따온 것 같았다. 벅스(bucks)는 원래 사슴가죽(buckskin)으로 돈을 대신해 거래를 했었는데, 지금은 미국의 화폐 단위인 달러를 뜻한다. 10달러면 보통 대화에서 텐달러 보다는 텐벅스라고 한다. 겨울바다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들으며 케이크 한 조각에 향 깊은 커피를 마시는 호사를 누렸다.

4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하며 딱 하루 아파서 쉬어본 적이 있다. 초임 교사 시절 갑작스런 감기 고열로 출근하지 못했다. 그런데 강선생님이 이른 아침에 당유자청을 달여다 줘 마시고 기운차려 출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항상 그 고마움을 가슴에 품고 있다.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데 지난해엔 그곳 명품 사과도 보내줘 온 가족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누구나 일터에서 내몰리면 모든 것에 소원해지기 마련이고, 힘들어도 단절의 슬픔을 감내해야 한다. 사람 그리고 세상 일들과의 멀어짐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젊은이들이 선배와 어르신들을 잘 기억하고 인연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그들로 인해 세상은 더 밝고 행복해 지고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부질없었던 과거를 돌아보며 내일을 쳐다 보았다. 그래서 기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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