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책임자인가?
당신은 책임자인가?
  • 제주신보
  • 승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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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작가/논설위원

당신은 회사의 사장인가? 공장의 공장장인가? 학교의 교장인가? 조직이나 단체의 수장인가? 이장인가? 면장인가? 시장인가? 도지사인가? 대통령인가? 집안의 가장인가?

둘 이상이 모여 함께 움직이는 이 세상의 모든 조직에는 어떤 형태든 무슨 이름이든 조직의 성패에 책임지는 책임자가 있게 마련이다.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때로는 응원하고 때로는 채찍질하는 임무를 맡는 것은 그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책임자가 구성원들에게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분명히 선언할 때, 그리고 책임자가 실제로 책임을 질 때 구성원들은 책임자를 믿고 책임자를 따른다. 회사의 사장이 자신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면,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유능한 직원들은 다른 회사로 간다. 공장장이 공장을 책임지지 않으면, 새로운 제품 개발도 공정 개선도 일어나지 않는다. 역시 유능한 직원들은 다른 공장을 알아본다. 이장이든 대통령이든 중간 간부급 공무원이든 공적 조직내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떠맡지 않으면, 그 구성원들은 복지부동(伏地不動) 한다. 유능한 구성원은 다른 책임자가 있는 곳으로의 이동을 모색한다. 집안의 가장이 시대에 뒤떨어진 가부장의 권한만 누리려하고 가정을 책임지지 않으면 집안이 흔들린다. 심하면 그 구성원들이 집 밖으로 돈다.

언젠가 어디선가 비슷한 얘기를 들은 것만 같아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아놀드 글래스노(Arnold Glasnow)란 사람이 말했다 한다. “좋은 리더는 책임질 때는 자기 몫 이상을 지고, 공을 세웠을 때는 자기 몫 이상을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 이런 명언이 회자(膾炙)되는 것은 그 만큼 그 명언을 이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개 조직의 성공에 자신의 기여를 드러내고자 하며, 실패의 책임은 걸머지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마살이라 해야할지 노마드(Nomad)와 같은 삶이라 해야할지, 지난 십여 년간 국내외 이곳저곳 몇몇의 조직에서 일했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이지만, 공을 늘상 부하직원들에게 돌리는 리더, 책임을 늘상 부하직원들에게 돌리는 리더 모두와 일해 보았다.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의 리더를 가진 두 조직의 성과는, 이 글 앞부분을 읽은 독자의 예상과 필자의 경험 그리고 필자가 읽은 몇몇 경영학, 조직학 교과서의 결론과 일치했다. 반복해서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재미있었던 건, 두 리더 개인의 삶도 달랐다는 점이다. 여건이 될 때마다 부하직원들이 장관상, 대통령상 등을 받도록 만들어주면서 즐거워했던 리더는 그런 상들은 하나도 못 받았지만 나중에는 결국 나라에서 주는 훈장을 두 개나 받았다. 환갑이 훨씬 지난 지금도 또 다른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크고작은 실수나 실패의 책임을 늘상 부하직원들에게 돌리던 또 다른 리더는 능력 있는 직원들이 매번 손가락질하며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작은 조직에서 전전긍긍하며 앉아 있었다.

봄이 오면 새로운 조직에서 좀 더 책임 있는 일을 시작한다. 다짐한다. 배우자와 함께 가정에 책임을 다할 것이다. 조직에서 내가 맡은 일은 경중을 불문하고 책임을 다할 것이다. 만약 과정과 결과에 그 어떤 공(功)이 있다면 배우자와 동료에게 돌릴 것이다. 만약 그 어떤 과(過)가 있다면, 그 책임은 내가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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