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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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하늘에서 떨어진 듯 낯선 공간에 이방인이 되어 잠시 상황을 정리해보다 풍경이나 옷차림을 보고 시기를 대략 짐작한다. 이번에는 그리 오래전이 아닌 1980년대 초중반, 현존해있는 건물들과 풍성한 인심을 나누시던 순댓국집 아주머니, 그리고 이제 일을 배우는 며느리는 어엿한 주인이 되어 대를 이어온다. 반가움에 가게 문을 열려다가 이 난감함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주춤거려진다. 내일이면 똑같은 상황에서 마주 보는 일상의 반복인데 아쉬움은 잠시 최근 거동이 예전만 못해 자주 뵙지 못하는 뒷모습을 지켜본 후 혼자 하는 인사로 대신한다.

방향을 틀어 잠시 걸어 공원에 들어서니 젊은이들이 둘러앉아 술판을 벌여놓고 대화를 하고 있어 슬쩍 끼어들었다. 편안한 이웃 아저씨 같아 보였는지 별로 개의치 않고 자신들에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들의 다소 격한 언쟁에 주변을 지나던 어르신들이 그런 소리 하면 잡혀간다며 혀 차는 걱정을 하기도 하고 욕이 담긴 타박을 하는 이들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대통령이 누구냐 하니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기에 사실은 산에서 공부를 하다가 하산해서 세상 물정에 어둡다 하니 대답 대신 신문 한쪽에 사진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다음 순서는 어찌 되냐 해서 별 고민 없이 이름을 대면서 이렇게 될 거라 했더니 점차 의심의 눈길로 변하기에 어색한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 먼저 다가가 아는 척을 했다. 미처 설명을 못한 채 이름을 대면서 형님 저에요 했더니 자신보다 근 2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연장자가 존칭어를 써가면서 미래에서 왔다는 황당한 소리를 하니 함께한 일행들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짓궂은 농을 하듯 그럼 이 친구는 후에 어떤 삶을 살아가냐는 질문에 입이 닫혔다. 잠시 침묵 후 헤어지는데 자꾸 뒤돌아보는 그도 뭔가 하는 궁금함이 역력히 보였다. 이때 선뜻 답을 못한 이유는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번의 사업 실패로 상당한 빚이 있으며 주변 도움으로 겨우 일어서다가 사기를 당해 과거의 호기를 안주 삼고 있다. 어려운 숙제임에도 급한 마음에 되돌아가 자초지종 이해를 구해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싶었으나 옳지 않을 거라는 판단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또한 지구 여행의 목적이요 스스로 깨우침을 가지라는 반성의 소중한 기회이다. 다음 만남에는 당시 그런 사건이 있었나 물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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