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선진현장을 가다 - ⑬일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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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 개혁은 시대적 요청”

일본의 지방분권 개혁의 첫걸음은 1993년 6월 초 국회가 ‘지방분권 추진에 관한 결의’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1995년 5월 지방분권추진법이 성립됐고 1999년 7월 ‘지방분권을 추진하기 위한 관련 법률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지방분권추진일괄법.이하 일괄법) 성립과 시행으로 하나의 정점을 이루었다. 이 법에 따라 법률 475건이 일괄 개정됐고 형식적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상하관계가 대등.협력의 관계로 법적으로 확인되고 정비됐다.

우리의 행정자치부에 해당하는 일본 총무성은 공식적으로 “중앙집권형 행정시스템이 권한과 재원, 인간과 정보를 중앙에 과도하게 집중시켜 지방의 자원과 활력을 빼앗았으며 전국 획일의 통일성과 공평성을 중시한 나머지 지역적인 조건과 다양성을 경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분권이라고는 하지만 지방과 관련된 사무.권한의 많은 부분이 아직 중앙정부의 손에 들어 있고 세재원(稅財源)의 지방 이양이 불충분하는 등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라 구니아키 총무성 자치세국 세제조사관은 “2003년까지 만 10년이나 지났지만 20~30%의 분권을 추진하는 데 그치고 있고 분권이 완성되는 수준 특히 재정부문의 개혁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여름을 목표로 개혁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교토시청의 요시다 다카시 행정기획계장도 “일련의 개혁으로 인사.조직권은 자율화됐지만 돈과 관련된 사무에 대해서는 아직 제한이 많이 남아 있다”며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음을 시인했다.

교토시는 2001년 5월 대정부 건의문에서 국가와 지방 간 새로운 역할 분담에 걸맞은 지방세재원의 충실한 강화를 촉구했다. 국가의 세원 지방 이양을 통해 국가와 지방의 역할 분담에 걸맞은 세원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지방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시키는 조정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시작은 했지만 다음 단계로의 진척이 너무 더디다는 지적이었다.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오사카부의 의견은 더 구체적이다. 다케야마 오사미 행정개혁실장은 “국가와 지방의 최종 지출 베이스 비율이 대략 2대3인 데 반해 국민이 부담하는 조세수입 배분에서는 국가와 지방의 비율이 대략 3대2”라며 “최종 지출과 세원 배분 사이의 괴리를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지방자치단체가 더 자립적인 재정 운용을 하기 위해서는 세원 이양을 포함해 국가와 지방의 세원 배분에 대한 재검토 등으로 지방 세입에서 점하는 지방세의 웨이트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요지다.

법과 제도가 있어도 돈과 실질적인 권한이 뒤따르지 않는 것이 일본 지방분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바로 기득권층의 반발이 그 원인이다.

일본에서는 분권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돈과 실제 사업 집행권을 가진 중앙정부의 관료들, 이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일본에서는 이들을 族議員이라고 부른다)을 꼽고 있다. 특히 돈을 만지는 재무성과 실무 집행권을 가진 정부 부처의 반발은 예상외로 강하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내각에 정부와 지방의 사무사업 조정, 지방행정제도 개혁 및 지방세재정제도 개혁에 대한 지시를 했음에도 그 성과는 미미하다. 총리가 제창한 구조개혁의 주요 항목인 지방분권도 시대가 변했음에도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관료조직의 방해로 예산 반영 등이 이뤄지지 않아 지방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언론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었다.

요미우리나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지난해와 올해 특집기사를 통해 “고이즈미 구조개혁의 중요한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분권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권한을 넘겨준다면서 부담만 전가하고 정작 핵심인 돈줄은 놓지 않으려는 중앙정부 관료층의 저항을 경고한 것이었다.

마이니치는 “시대가 변해도 권한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 중앙부처의 근본적인 체질이 있다”며 “부처별로 개별적으로는 타당한 주장이라고 해도 중앙집권의 일률적인 행정이 가져온 폐해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미우리도 “정말로 지방분권을 실현하려는 열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지방분권의 테마는 여러 갈래에 걸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성청(省廳.중앙부처)의 재편 이상으로 곤란한 개혁”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중앙정부 관료들이 모두 지방분권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분권 추진의 핵심 부서인 총무성은 장관이 앞장서서 돈과 실무 집행권을 가진 부처에 산재한 반분권주의자들과 싸우고 있다.

요시카와 히로미 총무성 자치행정국 행정과장보는 ‘지방에 권한을 이양한다면 총무성 업무가 줄어들 것인데 총무성이 주체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이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국가 중심의 중앙집중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으로 권한이나 권력 등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분명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총무성도 공식적으로 “지방분권 개혁은 새 시대에 어울리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권한과 재원, 인간, 정보를 중앙에 과도하게 집중시킨 중앙집권형 행정시스템이 한계에 이른만큼 지방분권 개혁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못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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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6사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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