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올리스트로 성공해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준 선생님들께 보답하겠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던 다문화가정 소녀가 방과후 매일 6시간 넘는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아 평소 꿈꾸던 음대에 진학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오는 3월 울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부(관현악전공)에 입학하는 허은아양(서귀포여고 3)이다.
제주 출신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난 허양은 2011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서귀포청소년오케스트라 창단 멤버가 되며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부모님 지인의 소개로 오디션을 보고 당당히 합격한 허 양은 처음에 바이올린을 다루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공부와 음악을 놓고 진로를 고민하다 악기를 놓았다.
일찍이 어린 제자의 재능을 눈여겨 본 이정석 서귀포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는 허양과 수시로 상담을 하며 노력하면 학업과 함께 좋아하는 음악도 할 수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허양은 1년 6개월 만에 서귀포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복귀하며 전공 악기를 바이올린에서 비올라로 바꿨다.
허양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정규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귀가해 집 근처에 있는 교회 강당에서 밤 12시까지 6시간 넘게 혼자 악기를 연습했다.
마땅한 연습 공간이 없다는 허양의 부탁에 교회측은 흔쾌히 장소를 제공했다.
매주 일요일에는 서귀포시청 대강당에서 3시간 가량 단원들과 함께 지도강사로부터 수업을 받으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소통 능력을 배웠다.
연주 실력이 일취월장하며 허양은 지난해 여름 제주에서 열린 ‘2018 제주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같은해 12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서 열린 독주 무대에서 현란한 연주로 좌중을 압도하기도 했다.
허양은 17일 오후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귀포청소년오케스트라 제8회 정기연주회에서 바흐의 비올라 협연을 맡아 후배들과 마지막 호흡을 맞췄다.
이날 허양이 진학하는 울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부 여인호 교수도 클라리넷 협주를 맡아 의미를 더했다.
이정석 서귀포청소년오케스타라 상임지휘자는 “재능을 타고났어도 노력이 없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허양은 재능 외에도 단원들 사이에서 연습벌레로 불릴만큼 성실함을 갖췄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