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들
그때 그 사람들
  • 제주일보
  • 승인 201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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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2004년도에 만들어진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1979년 10월 26일에 일어난 일을 코믹하게 그렸다. 대통령 시해 사건을 다룬 이 영화 초입 안전가옥에서 당구를 치는 중앙정보부 요원들의 대화가 가관이다.

“보안사(보안사령부) 얘들이 재일동포나 조총련, 특히 북한에 관련된 인사를 간첩으로 만드는 것은 완전 식은 죽 먹기다.”

“북한이 세금 안 내는 것은 좋아. 그것은 맘에 들어 하면 북괴 찬양, 맞장구치면 고무·찬양, 고향 소식 전해달라면 지령, 국내에 들어오면 잠입, 고향에 가면 탐문·수집, 일본에 되돌아가면 탈출, 일본서 고향의 개고기 맛이 일품이야 하면 통신·연락으로 반공법 간첩죄 풀코스로 잡을 수 있거든.”

“그래서 보안사 얘들이 김포공항에 죽치고 있는 거야. 간첩 후보를 골라내려고. 이래서 승진도 하고 장군도 되는 거야.”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사돈 남 말하듯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간첩 만드는 법을 얘기한다.

▲예전에는 때려서 간첩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문서 위조 등 다양한 방법이 이뤄지는 듯하다.

하마터면 간첩이 될 뻔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39).

그가 중국 옌지(연길)시에서 찍힌 사진을 국가정보원은 북한 회령에서 찍힌 것이라며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유씨가 북한에 출입한 사실이 없는데도 국정원은 출입경기록을 위조했으며 이 서류가 중국에서 정식으로 발급받은 공문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탈북자에게 돈을 주며 유씨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수법이 이뤄졌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만들어져 10년이 지난 후에도 간첩 만들기가 이뤄진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씨가 최근 증거 조작과 인권침해를 이유로 국정원 수사관 4명과 검사 2명을 고소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당시 국정원의 증거 조작에 대해 당시 담당 검사가 사실상 묵인하고 방관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유씨의 변호인단은 당시 검찰이 유씨에게 유리한 증거인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참고인 진술서 등을 누락하고 영사 확인서 등 증거가 조작된 걸 알면서도 방관해 증거 조작에 사실상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유씨가 ‘그때 그 사람’이라면 국정원 수사관들과 검사들이 이제는 ‘그때 그 사람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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