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緣), 그 짧은 만남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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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동화작가

장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절규하는 작은 놈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식당 안에 번져나간다. 아무리 인생이 생자필멸生者必滅이요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한 생을 마감해야만 했을까? 사위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입춘을 앞둔 1월 어느 날 사돈님은 극락정토로 홀연히 떠나가셨다.

그날은 아내의 예순 세 번째 생일이었다. 요즘은 가족들도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오랫만에 아들손자며느리를 볼 요량에 아내는 아침부터 들떠 있는 듯 보였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순간이었으리라. 작은 며느리가 전화를 받고는 공손하게 조아리며 문밖으로 나간다. 우린 사돈님 친구에게서 온 전화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모임이 있는데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며느리와 아들을 보내고 우린 저녁식사를 하며 일상을 꽃 피우고 있었다. 곧 와서 먹을 아들과 며느리 몫은 남겨 둔 채. 하지만 이상했다. 모임에 늦어본 적이 없는 그런 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들과 며느리는 오래 돌아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전화조차도 되지 않아 순간 불길한 기운이 엄습해 왔다. 얼마나 지난 때였는지도 모른다. 작은 아들이 쇠울음으로 사돈님 부고를 전한 것은.

아내 생일날 사돈님이 돌아가셨다니 이 어인일인가? 병원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아내도 혼절하며 절규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와의 만남은 상견례에서 단아한 모습 결혼식장에서 나누었던 정담이 전부였다. 정말 그렇게 갈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도 가슴이 메어왔다. 사실 사돈님은 혼자 사시면서 친한 지인들 말고는 주변인들과 왕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사위를 본 이후 표정도 밝아지셨고 당신이 행복하다는 말을 여러 번 지인들에게 했다는 얘기를 들은 게 엇 그제 같은데 그렇게 삶을 마감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자식 사랑을 좀 더 받고 떠날 수는 없었을까?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지만 아들 녀석과 사돈님과의 만남은 너무 짧았다.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은 도처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아미타불이 이들 사랑을 방해한 것은 아닐까? 너무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그렇게 가셨다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당신 마지막을 예상이라도 한 듯 빨래며 집안정리는 물론 곧 태어날 손녀 육아용품까지 다 챙겨두셨다니 흐트러짐 없는 단아함과 마음가짐에 경의를 표할뿐이다.

설날 새벽에 아들과 며느리가 사돈님 영가에 예를 올리고 온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예를 올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가엽고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제 곧 손녀가 태어나고 그렇게 또 한 생은 이어질 것이다.

오늘이 우수雨水여서 일까? 벌써 봄기운이 돌고 따뜻한 바람이 얼어붙은 대지를 포근히 감싸는 듯 하다. 이 봄기운을 받아 우리 아이들도 슬픔에서 빨리 헤어났으면 좋겠다. 그게 불국토에서 전하는 따뜻한 바람이 아닐까 한다. 부디 영가님이 이승에서의 모든 한과 고통을 내려놓으시고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이끄는 데로 극락정토에 도달하시길 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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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지 2019-02-18 23:49:29
엄마. 우리엄마 내가 너무너무 사랑해.
엄마. 그리고 내가 너무너무 미안해...

다시 태어나도 꼭 내 엄마 해 줘.
나도 다시 태어나도 꼭 우리 엄마 첫째 딸 할게.
그 때는 내가 정말 잘할게...

엄마 . 우리엄마... 내가 너무너무 존경하고 너무너무 사랑해... 그리고 내가 정말 ... 미안해...

엄마 . 우리 또 만나자... 사랑해 우리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