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당부
마지막 당부
  • 제주신보
  • 승인 2019.0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효성.명상가

죽은이들과 대화는 편안함과 위로 그리고 당부를 듣고 전달하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때로는 비밀을 가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인을 통해 찾아온 이의 부탁은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시는데 의사의 진단은 오늘 내일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단다. 의식은 희미하지만 면회를 가면 무엇을 원하는지 애처로운 눈빛에 마음이 편치 않고 죄를 지은 기분이 들어 고민하다가 불안감이 들어 멀지 않으니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다며 동행을 해달라는 내용이다. 혼자 할 수 있으니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연락하자 하니 마지못한 대답에는 실망하는 빛이 보였다. 이런 이유는 별개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밤이 되어 영혼을 불러내니 풀고자 하는 원한이 있으며 꼭 들어달라는 간곡함이다. 꽃다운 나이에 연민의 정을 나눈 남자가 있어 서로 장래를 약속했는데 몰락한 가문이라고 반대하는 친정의 완강함에 강제로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하게 됐단다. 운명이라 여기고 살아왔으나 남편은 가장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술과 세상 원망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주변 도움으로 배를 사서 움직이다가 바다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단다. 2년 만의 불행이었다. 젖먹이 아들과 어려운 생활을 해 오던 중 처녀 적 인연이 자신은 아직도 혼자이니 합칠 것을 원했으나 주변 눈치와 의붓자식이라는 굴레가 써질까 이도 저도 못 했단다. 물론 몸과 마음이야 백번이라도 그리하고 싶었지만 시기를 놓치다 보니 어느덧 자녀가 장성해 더더욱 그리 할 수가 없었단다. 일편단심이던 그분이 돌아가실 때는 본인이 혼자 빈소를 지켰단다. 아침의 전화는 꿈을 꾸었는데 노랑나비가 날아오더니 손에 잡힐 듯 다가와서는 한참을 머물다 갔으며 부인도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무척이나 부러운 광경에 참 행복하겠다 하면서 깨어났단다.

며칠 지나지 않아 부고를 듣고 조문을 하고 장례를 상의하던 중 고인은 평소 화장을 원했으나 그래도 선산에 선친을 모신 곳이 있어 고민이란다. 그래서 중재에 나섰다. 그건 아닌 거 같다. 아버지가 그곳에 묻히면 모를까 그 쓸쓸함과 원통함을 어떻게 달래줄 수 있겠냐는 설득에 수목장으로 모시는 걸로 의견 일치를 봤다. 합리화가 이상하지만 이들은 진정한 짝이 되기 위한 수순이며 과정이었다. 부디 다음 생에는 두 손 잡은 그 둘의 행복을 기원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