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의 맹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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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순, 문학박사/논설위원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는 갈대와 같이 가장 연약한 존재지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존재보다 뛰어나다는 뜻이다.

카를 폰 린네는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학명을 ‘호모사피엔스’로 정의했다. 이성적 혹은 지혜로운 인간이란 의미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라서 이성적 생각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철학적 정의든 생물학적 정의든 인간이라 함은 ‘인간다운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다운 생각=인간다움’ 여하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예리하게 묘사한 소설작품이 있다. 나카지마 아쓰시의 단편소설 ‘산월기(山月記)’다.

‘산월기’는 당나라 현종 때 귀재로 불렸던 이징이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이징은 어느 날 사라졌다가 호랑이로 변한 모습으로 친구 원참과 마주한다. 그는 원참에게 자신이 호랑이로 변해버린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내면에는 ‘소심한 자존심’과 ‘거만한 수치심’이 자리하고 있다…인간은 누구나 맹수를 키우는 사육사이며 그 맹수는 바로 각자의 성정이다. 나의 경우는 ‘거만한 수치심’이 맹수였다. 호랑이였던 것이다. 이것이 나를 해치고 처자를 괴롭히며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에는 내 외모를 이렇게 속마음과 어울리게 바꾸어버렸다.”

이어서 이징은 원참에게 마지막으로 두 가지 부탁을 한다.

첫 번째, “원래 시인으로서 이름을 떨칠 생각이었지만 뜻을 채 이루기도 전에 이런 운명이 되었다. 예전에 지은 시 수백 편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호랑이가 된 지금도 암송하는 시가 수십 편 있다. 나를 위해 이것을 옮겨 적어 주었으면 한다. 내가 평생 집착한 것의 일부라도 후대에 전하지 못한다면 나는 죽어서도 끝내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 “고향에 있는 처자는 아직도 내 운명을 몰라 애태우고 있을 테니 죽었다고 전해주고, 굶어죽지 않도록 보살펴 달라.” 그리고 “실은 처자에 대해 먼저 부탁했어야 한다. 내가 인간이었다면. 굶어 죽었을지도 모를 처자보다도 나의 보잘 것 없는 시 따위를 먼저 염려하는 남자이니 이런 짐승의 몸으로 전락한 것이다.” 라고 자조적인 말투로 덧붙인다.

이징은 원참에게 인사를 마치고 결국, 호랑이인 상태로 떠나며 이야기는 끝난다.

이징의 맹수(호랑이)는 ‘거만한 수치심’이며 이를 다스리지 못해 ‘인간다움(인간다운 생각)’을 잃어버렸고 외모 또한 내면에 맞게 변해버렸다. 여기서 ‘인간다움’이란 ‘타인에 대한 배려’다. 이징의 경우는 처자의 안위보다 자신의 시를 먼저 생각하듯이, 이기심이 인간다움을 상실케 한 것이다.

저마다 내면의 맹수는 다른 모습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정치인의 맹수는 본분을 망각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된 공적 기관의 운영자들은 대의명분을 내세워 개인의 사리사욕이라는 맹수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육자의 맹수는 학생들을 향한 권위적 모습일까? 아니면 인격적·학문적 후학교육이 우선임에도 대내외적 보직 업무를 목표로 선거판을 향해 치닫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내안의 맹수는 매번 다르다. 때로는 분노와 좌절로, 때로는 불효, 자만, 비겁함, 외면, 무관심, 무책임, 방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게으름, 시기심과 질투로 나타난다.

나카지마 아쓰시는 이징을 통해 우리에게 화두를 던진다. 그대 안의 맹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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