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노릇 하기 힘든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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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백성 노릇 하기가 참 피곤한 현재입니다.” 며칠 전 한 TV 시사프로그램 앵커의 마무리 멘트다.

국가보훈처의 자문기구가 월북 독립운동가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지정을 권고한 것과 관련, “역사학자가 할 일과 정부가 할 일을 구분했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김원봉이 독립운동가는 분명하지 않느냐는 건데, 그렇다면 항일 무장 투쟁했던 김일성도 독립유공자냐는 질문이 나온다”며 “과거에 대한 끝도 없고 한도 없는 논쟁, 나라가 망하는데 사색당파 못 벗어난 구한말과 뭐가 다를까 싶습니다”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이끌며 항일 무장 투쟁을 했던 독립운동가로 광복 후인 1948년 남북협상 때 월북,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역임하다가 1958년 김일성이 연안파(延安派)를 제거할 때 숙청된 인물이다.

▲백성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이념에 따른 역사 논쟁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은 진영 논리에 매몰돼 갈라치기로 국민들을 분열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구하기에 당력을 집중하며 1심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여론전에 나서면서 야당과 법조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할 말이야 많겠지만 2·3심이 있는 데도 1심 결과만을 놓고 집권여당이 대놓고 재판부 판결이 잘못됐다고 공격하고 자신들만 옳고 정의로운 것처럼 한다면 백성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법치주의·삼권분립 부정 등 거창한 논리에 앞서 ‘힘없는 민초들만 법을 무서워하고, 힘이 있으면 법을 무시해도 되는구나’하는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역사 퇴행적 행태도 국민 무시의 도를 넘었다.

일부 의원은 5·18 망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더니 어떤 최고위원 후보는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인가”라는 막말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대표 선거 토론회에서는 유력 당권주자인 황교안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절차가 잘못됐다”고 말했다가 ‘탄핵 부정은 국민 모독’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정치판이 진흙탕 싸움을 하거나 말거나, 좌우 진영이 이념 논쟁을 하거나 말거나 먹고사는 데 문제만 없다면 백성들은 그나마 눈 감고 귀 막고 살면 되겠지만 작금에 가장 심각한 것은 민생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삶이 더 어렵다”, “뭔 세금만 이리도 오르느냐”는 등 불평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그칠 줄 모른다. 백성 노릇 하기 참 힘든 세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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