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촛불이 쓰나미처럼 국회를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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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 부국장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이 금배지를 달고 약속하는 의원 선서문이다.

2016년 6월 20대 국회 개원 때 국회의사당에서 울려 퍼졌던 이 선서는 이제 온데간데없다.

여야가 정파적 입장에만 매몰돼 정쟁만을 일삼으며 보이콧, 개점휴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1월 임시국회 ‘빈손’에 이어 2월 임시국회도 사실상 물 건너갔고, 조기 정상화는 안갯속이다.

새해 들어 산적한 현안에도 50여 일이 지나는 동안 본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15 총선거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안 마련도 법정기한을 넘길 전망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배분 선거제도)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을 놓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일 13개월 전까지 자체 의결한 선거구획정안과 그 이유 등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이를 토대로 선거일 1년 전까지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이에 앞서 선관위가 국회 정개특위에 2월 15일까지 선거제도 개편을 확정해달라고 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제18대 총선은 선거일 전 47일, 제19대 총선은 선거일 전 44일, 제20대 총선은 선거일 전 42일에서야 선거구가 확정됐다.

국회가 자신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입법기관을 자처하면서도 법을 어기는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개혁 법안에도 손을 놓으면서 직무유기 비판을 받고 있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안전한 의료 환경을 위한 ‘임세원법’, 소상공인의 특성에 맞춰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소상공인기본법, 탄력근로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카풀 대책 마련을 위한 택시운송사업법과 여객운수사업법 등이 계류 중이다.

제주지역 현안으로 1년 넘게 대기 중인 법률안 심사도 미뤄지고 있다.

4·3사건 희생자와 유족 배·보상 등을 골자로 한 4·3특별법 개정안, 제주특별자치도 6단계 제도개선 35개 과제가 반영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급기야 문희상 국회의장이 장기간의 국회 파행에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지난 19일 여야 의원 전원에게 친전 서한을 보내 “국회는 지금 당장, 무조건 열려야 한다”며 정상화를 촉구했다.

문 의장은 “제20대 국회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연말까지 불과 10개월 남짓”이라며 “민생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금처럼 지리멸렬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국민의 촛불이 쓰나미처럼 국회를 향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 국민의 삶 앞에서는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4월은 3·1 운동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입법기관인 임시의정원 탄생 100주년을 맞게 된다.

고난의 시대 ‘대한 독립’ 그날을 위해 국회의 뿌리인 임시의정원에서 활동했던 선배들을 떠올린다면 부끄러워야 할 때이다.

놀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꼬박꼬박 고액 연봉을 챙기는 게 금배지의 권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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