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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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환경이나 종교에 따라 장례문화는 각양각색이다. 티베트에는 천장(天葬)이란 풍습이 있다. 잘게 분해한 시신을 보릿가루에 버무려 새 먹이로 주는 다소 충격적인 문화다. 동남아에선 시신을 풀이나 나뭇잎으로 덮어 방치하는 풍장(風葬)이 행해졌다.

미국 플로리다에는 해저 공동묘지도 있다. 뼛가루를 시멘트와 섞어 덩어리로 만든 뒤 해안 가까운 곳에 가라앉힌다. 중국에선 공산혁명 이후 마오쩌둥이 장묘문화를 개혁해 매장을 금지시키고 화장만 허용했다. 그 많은 인구가 조상 묘터를 쓴다면 분묘사태를 겪게 될 거라는 혜안의 조치다.

얼마 전엔 유골을 캡슐에 넣어 인공위성에 실어 쏘는 우주장도 등장했다. 지구촌 전체로 보면 주류를 이뤘던 매장(埋葬)이 점차 줄어드는 게 공통 현상이다.

▲화장한 유골을 나무 아래 묻는 수목장이 장법(葬法)으로 등장한 건 1999년이다. 최초로 수목장을 시작한 스위스에선 숲속 나무 아래 분골함 없이 묻는다. 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일, 장목번호가 새겨진 명패만 거는 게 전부다.

2001년 이를 모방한 독일에서 빠르게 확산된 후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일본은 수목장 구역을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에 수목장이 처음 선보인 건 2004년이다. 고려대 임학과를 창설한 김장수 교수의 유언으로 생전에 아끼던 50년생 참나무 밑에 유골이 묻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허나 현재 일반인이 묻힐 수 있는 수목장림은 60여 곳뿐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공공 수목장이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장례절차보다 간소화한 공공형 수목장이 제주에도 선보일 모양이다. 산림청 공모사업을 통해서다. ‘국립 기억의 숲’으로 명명된 이 사업의 예정지는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림청 소유 39ha이다. 유족 편의시설과 함께 주민소득 사업으로 야영장이나 태양광 발전시설 등이 도입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평균 화장률은 84.6%다. 경북 울릉군이 98.6%로 최고고 제주는 69.4%로 꼴찌다. 이런 상황에 매년 서울 여의도 면적만 한 땅이 묘지 터로 바뀌고 있다.

동식물이 죽어 거름이 되듯 인간의 육신도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 회귀의 이치다. 자연은 자연대로 보호하며 의미 있는 장례도 할 수 있는 수목장이 대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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