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장비 있어도 치료 못 받아 환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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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폐질환 치료장비 ‘에크모’ 있지만 기사 없어…30대, 타 지방 이송 중 숨져
“인건비 부담에 채용 않아…응급의료체계 허술”
道 “운영 실태·고용 상황 점검…대책 마련 할 것”
발언하고 있는 한영진 의원(왼쪽).
발언하고 있는 한영진 의원(왼쪽).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의료장비가 있는데도 이를 다루는 의료기사가 없어서 서울로 이송 과정 중 환자가 사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제주도를 상대로 한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가 제기돼 제주지역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의회와 유족에 따르면 직장인 A씨(37)는 지난해 12월 20일 감기 증세로 도내 모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나흘 뒤인 24일 갑자기 심폐기능이 나빠지고 혈액 속 산소포화도가 40%까지 떨어지면서 위급한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의료장비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이다. 환자의 혈액을 밖으로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한 후 체내에 다시 주입하는 장비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심장이나 폐의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았던 환자들에게 사용돼 꺼져가던 생명을 구해냈다.

폐 기능이 악화됐던 A씨 가족들은 에크모가 제주대병원에 2대, 제주한라병원에 1대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이들 병원마다 에크모를 운영할 의료기사가 없었다.

119의 협조로 다른 지방에서 온 구급헬기에 실려진 A씨는 서울 대형병원으로 이송 도중 증상이 악화돼 헬기는 제주로 회항했다. 결국 A씨는 입원한지 나흘 만에 에크모 장비를 써보지도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에크모 장비가 도내 2곳의 병원에 있었으나, 운영할 줄 아는 의료진이 없어서 환자는 죽음만을 기다려야 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영진 의원(바른미래당·비례대표)은 “의료기사 인력난 속에 병원은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력을 제대로 채용하지 않는 등 제주도 보건당국과 병원의 허술한 응급의료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해 종합병원 5곳의 응급의료센터의 인력 고용과 유지를 위해 총 7억원을 지원했다. 이와 별도로 응급의료기관 평가 보조금으로 4억13000만원을 지급했다.

한 의원은 연간 10억원이 넘는 예산이 응급의료 개선을 위해 지원됐으나 주요 의료장비에 대해 인력을 고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질책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에크모 운영 실태와 전담 직원 고용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족들은 A씨가 헌혈 은장(30회)을 받을 정도로 평소에 건강했고, 본인 스스로 병원에 찾아가서 치료를 받는 등 몸 상태가 좋았는데 갑자기 폐 기능이 악화되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이유에 대해 병원 측에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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