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블록체인 특구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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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린, 제주대 자연과학대학장·전산통계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를 전기차와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하는 내용의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제주에서 블록체인 관련 많은 사업들이 벌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이런 사업들의 성공을 위해서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도 필요하지만 일반 도민들의 지지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블록체인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그리고 누가 어떤 일들을 준비해야 할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의 말뜻은 블록(block)들의 연결(chain)이고 여기서 블록은 데이터 블록을 의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금융거래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홍길동이라는 고객이 계좌이체 등의 거래를 하고 현재 잔액이 100원이라고 가정하자. 기존 시스템의 경우, 이 거래 내역과 잔액은 컴퓨터 서버에 저장된다. 이 서버를 해킹해서 잔액 100원을 1000원으로 위조하면 재산을 10배로 늘일 수 있다.

블록체인의 경우에는 많은 수의 컴퓨터에 이 거래내역과 잔액을 중복저장하고 일정한 주기로 비교해서 위조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면 만 개의 컴퓨터에 데이터 블록을 중복저장하고 10분마다 비교를 통해서 위조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라고 가정하자. 한 개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잔액을 1000원으로 위조하더라도 나머지 9999개의 컴퓨터에는 잔액이 100원이기 때문에 비교 결과 잔액이 수정되지 않는다. 과반수 일치를 인정하는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한다고 해도 10분 안에 5001개의 컴퓨터를 해킹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블록체인은 이처럼 데이터 블록의 연결과 비교를 통해서 신뢰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블록체인의 정의는 전문가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 사전의 경우에도 블록체인을 분산 거래 장부라고 정의한 사전도 있고 보안기술이라고 정의한 사전도 있다. 특구지정을 시작으로 향후에 많은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을 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스템은 여러 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었다는 의미다.

시스템으로 인식하면 첫 번째 구성요소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들이 될 것이다. 시스템 구축과 유지 보수는 제주 기업들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인다.

다음은 데이터 블록의 생성과 분산저장, 비교와 합의, 동기화 등에 관련된 알고리즘과 코드들이다. 블록체인 관련 소프트웨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전문기업이 필요한 영역이다.

세 번째는 이런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 구현될 서비스들이다. 암호화폐 거래가 핵심 서비스지만 조금씩 서비스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제주의 경우 부동산 정보관리,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 이력관리 서비스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현재 가장 급하고 중요한 이슈는 암호화폐 ICO(Initial Coin Offering) 관련 투기와 사기 방지대책일 것이다.

마지막 구성요소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운영할 인력들이다. 이 인력양성은 학교에서 담당할 수도 있고 기업에서 비즈니스로 추진할 수도 있다.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제주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관심은 많지만 선뜻 뛰어들 만큼 실력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제주기업들이 레퍼런스(reference)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사업도 필요하다. 블록체인 특구가 제주의 고용과 성장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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