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기기 ‘에크모’ 전시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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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가 인공호흡·심폐소생술·심장마사지 등으로 소생 가능성이 없을 때 진행하는 것이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 치료다. 급성 호흡부전, 급성 심근경색, 심부전, 폐부종, 패혈증 등으로 심장이나 폐 기능이 정지된 상황에서 시도하고 있다. 최후의 치료법에 동원되는 기기라 할 수 있다.

이런 첨단의료기기도 전문 의료인력이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응급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에겐 ‘그림의 떡’이요, 이를 관리하는 병원엔 ‘애물단지’다. 지금 제주에 있는 에크모 기기가 딱 그런 신세라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

도내에는 제주대병원에 2대, 제주한라병원에 1대가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응급 환자가 와도 속수무책이다. 이 치료를 받으려면 서울 등 대도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환자 보호자로선 지푸라기조차도 잡을 수 없다. 고가의 치료기기를 바로 앞에 두고도 쳐다만 보는 이유가 전문 인력이 없어서다. 이렇게 마냥 놀리고 있다면 전시용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제주지역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인지 한심스럽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에크모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 등 다른 지역 대형병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숨지기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30대 직장인이 도내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자 구급 헬기로 서울로 이송 중 증세가 악화해 제주로 회항해 입원했다가 숨졌다. 제주도의회가 제주도를 상대로 한 업무보고를 통해 이 사실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에크모의 불편한 진실은 묻혔을 것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첨단 기기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를 다룰 인력도 뒤따라야 한다. 에크모를 통해 제주의 허술한 응급의료체계가 드러난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더욱이 제주도는 지난해 응급의료와 관련해 종합병원 등에 11억원을 지원했다. 누수 없이 목적대로 사용했는지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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