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保全)과 보존(保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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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란, 동녘도서관 글따슴 회원

‘보전(保全)’은 온전하게 지키거나 보관함의 뜻, ‘보존(保存)’은 적절한 관리 유지로 남아 있게 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무시하고 혼동해 사용한다.

최근 비자 숲 생육환경 개선 사업은 비자림 매니아들과 매스컴의 찬반 논란 중에 벌목과 일련의 작업을 강행했다. 있는 그대로의 보존 개념과 인위적 관리 보전 두 개념의 충돌이었을 뿐 두 달여의 작업은 계획대로 끝났다. 사후 약방문에 지나지 않을 후일담이라도 비자 숲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작업 중 부분적으로 열고 닫힌 산책길엔 기계음과 무차별한 벌목 현장이 함께 했다.

비자 숲만의 소중한 특별 함들이 사라졌으나 전문주치병원 손길을 믿으며 위안 삼았다.

나무 전문병원에 전적인 신뢰를 다짐했건만 비자생육 저해 요인인 다양한 활엽수들 벌목은 아팠다. 공존 아닌 제거만이 합리적 선택이었을까?

나이 듦에 필연적 요소들도 거대 자본인 의료시술을 들이대는 현대의학과 한통속이 아닐까 싶었고 10년 차 숲에 풀어 놓았던 제주 일상이 수많은 식생들 서식처와 소멸된 느낌을 떨 칠 수 없었다. 곳곳에서 발견된 어린 비자 묘목 존재가 유일한 위로였다.

고즈넉한 틈새를 즐겼던 야생들은 툭 트인 시야로 숨을 곳 없어 짧은 방황 후 서둘러 떠났고, 탄탄한 몸체를 드러낸 거목들은 난민을 거부하는 제국주의적 군림과 닮아 보였다. 잘 손질된 정원 느낌은 압도적 순수함 자체였던 숲 원형을 덮었다.

보온과 보습이 뛰어난 곶자왈 생명력의 대표주자인 비자 숲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더 크고 다양한 응집력으로 신비하고 다양한 공생을 품고 있었다.

붉은 화산 송이 산책로에서 마주하는 비자나무는 각각의 형상과 5000여 본 중 2800여 본은 관리를 위한 고유번호가 부여될 만큼 자생적이면서 인위적 식생들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비자 단일수종 군락으론 최대 규모라 한다.

비자림 산책을 시작했던 10년 전 숲길은 지금보다 짧았고 돌멩이 길도 막혀 있었다. 원시림을 떠올릴 만큼 신비로운 숲은 적나라한 현대인들의 아픔조차 익명의 비밀로 따스한 품을 허락했고 친근한 더부살이도 가능해 보였다. 전광석화 같았지만 아름다웠던 숲과의 나눔들이었다.

약 3년 전 쯤 2000년 밀레니엄 상징인 새천년나무 입구에서 U자형태의 길과 돌멩이 길이 열린 후 경천동지란 고사성어를 등에 업은 제주 붐과 맞물린 비자 숲도 유명세에 가세했다.

제주 관광 일순위였던 성산일출봉을 따돌린 비자 숲은 지속적으로 관광객 수요가 늘자 임시주차장과 부대시설 후면에 새로운 주차장을 신설해야 할 정도였다.

보존과 보전의 논란 중 생육 작업 강행은 유명세를 지킬 대안이 아니었길 소망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비자 숲은 내게 이렇게 속삭인다. “생육작업 전 모습도 지금 모습도 비자 숲인 걸요! 어떤 모습이 더 나았다고 말하지 마세요! 그저 너무 많은 관람객으로 인해 자정력을 잃지 않도록 적절한 인원을 보내 주세요! 생기 넘치는 숲 기운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말예요!” 여전히 비자 숲은 멋과 맛을 간직한 숲이다.

한정된 인원 수용, 개개인 모두 숲 지킴이 약속 다짐, 시간별, 요일별 관람객 사전 예약제도 중요하다. 관리 직원과 해설사들 그리고 비자 숲을 찾는 모든 이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바란다. 더불어 비자 숲을 닮아 갈 수 있는 제주 일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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