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한국 그리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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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 얼룩무늬 번쩍이며 정글을 간다/ 월남의 하늘아래 메아리치는/ 귀신 잡던 그 기백 총칼에 담고/ 붉은 무리 무찔러 자유 지키며/ 삼군에 앞장서서 청룡은 간다’

1980년대 중후반. 제목이 ‘청룡은 간다’인 이 노래를 지겹도록 불렀다.

깨어나면 조별과업으로, 저녁에는 석별과업으로 구보를 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이때만 하더라도 외국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월남의 정글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때까지 알고 있던 정글은 TV에서만 봤던 곳이었다. 타잔이 아~아~하면서 숲속을 날아다니고 제인과 치타가 뒤따르던 곳. 동물의 제왕인 사자도 타잔 앞에서 꼼짝 못했던 곳이다.

정글 노래만 부르면 뭐하나. 실제로 가봐야 하는데.

▲20년 전쯤에 베트남을 찾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호찌민 공항에 도착했을 때와 구찌 땅굴을 찾았을 때다. 비행기 출구에 서자마자 열기와 습기가 혼합된 그 무엇이 내 얼굴을 때렸다. 베트남의 첫 느낌이다.

구찌 땅굴은 볼만했다. 지하 2층으로 이뤄졌다. 땅굴의 입구는 무척 좁았다.

덩치 큰 미군이 무기에 군장까지 갖출 경우 땅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러한 지형에 승리에 대한 의지가 더해져 베트남이 강대국 미국을 격퇴한 것이다. 우리나라 군도 미국의 요구에 의해 베트남전에 참전했지만 미국과 함께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진 셈이다.

이처럼 베트남은 월맹군과 미군, 한국군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렀던 곳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28일 이틀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의 영구 중지 등을 내세우며 유엔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할 것을 요구한 모양이다. 미국은 그러나 영변 핵시설 폐기에 ‘플러스 알파’를 원했으며 북한이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서로 간의 인식 차이로 회담은 결렬됐다.

인식 차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제3차, 제4차 정상회담이 필요하다. 원수 보듯 했던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마주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사람도 빼빼하고 나라도 빼빼한 베트남한테 얻어터진 미국도 창피함을 극복하고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것처럼 북한과 미국이 수교를 맺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이제 봄이다. 한반도에 봄이 물 흐르듯 조금씩 조금씩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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