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지는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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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논설위원

삶을 마감하는 육신과 낡은 집은 흡사하다. 푸석해진 뼈들은 썩은 목재와 같고, 몸 안에 출혈은 지붕 틈으로 새는 빗물과 같아 더 이상 존립이 어려워지면서 허물어진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벌처럼 붕붕거리던 생각들도 잦아들고, 수많은 잎처럼 솟아나던 단어들도 낙엽처럼 흩어진다. 기억은 먼 하늘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듯하고, 대화는 잠결에 보는 별처럼 잠깐 빛나다가 암흑 속으로 스러진다.

집이 품었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가족들의 저녁 식사, 활기 찬 아침과 춥고 덥던 날들, 제삿날 명절날, 장마와 눈 내리는 계절, 집안에 밝혀지던 등불 빛 등 모든 것이 사라진다. 천장 틈에 벗어놓은 구렁이의 허물처럼 오직 기억 속에나 남을까.

예전에 집을 지을 때는 가장을 중심으로 큰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가까운 삼촌 먼 삼촌들이 모여들었다. 먹줄 튕기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고, 주춧돌에 기둥 세워 대들보를 올리게 되면 푸드득 거리는 수탉을 희생 제물로 바쳤다. 그 피가 대들보에 뿌려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안주인이 빚은 좁쌀 술을 마시며 활기에 넘쳤다.

돌과 흙, 시멘트 등으로 벽을 구분하고 지붕을 덮어 마루를 놓고 방에 문과 창을 달아 완성된 집도 오랜 세월 태풍에 흔들리고 빗물이 들기 시작하면 기둥이 썩고 서까래도 무너진다.

규모는 다르지만, 종말을 맞이하는 개인이나 집처럼 우리 인류와 그 거처인 지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구의 환경변화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고심한다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지구를 보존하기보다 그 반대쪽으로 내달린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이룩된 기계문명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여러 종들을 멸종케 했다. 자원 고갈과 오염, 지구 온난화 등에 요즘 세대는 미래에 대해 희망을 포기하는가 하면, 일부는 지구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고자 민감하게 촉각을 세운다.

얼마 전 러시아 북극해 인근 섬마을에 50여 마리의 북극곰들이 나타난 이유도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이들은 북극의 얼음 층이 녹아서 사냥터를 잃어버리고 굶주림에 지쳤던 것이다.

북극 기온의 상승은 중위도 지역에는 한파와 폭설, 저위도의 지방에는 집중호우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는 안데스 산맥 빙하를 녹여 수백만 인구가 물 부족과 기후 관련 질병으로 고통 받을 가능성을 키우고, 온난화가 더욱 진행되면 아마존 열대우림 붕괴와 수많은 생물의 멸종, 더 나아가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터키의 사막화, 북극 툰드라 근방의 생물 멸종이 일어난다고 한다.

지구 온도가 더욱 오를 경우 히말라야의 빙하가 사라지면서 뉴욕과 런던이 바다에 잠기게 되고, 지구 평균기온이 6도 오른다면 현재 생물종의 90%가 멸종한다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 개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서 바다 밑에 매장하는 방안, 철을 바다에 뿌려 식물성 플랑크톤을 번식시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안, 지구궤도 위에 태양열 반사판을 띄워 태양열을 막는 ‘우주거울 프로젝트’ 등 다양한 연구와 제안이 있지만, 그에 따르는 비용과 생태계 파괴 가능성 등으로 그 어느 것도 실행하기에는 문제가 많다고 한다.

지구의 지붕이 세고 벽이 무너지는 지금 절멸의 위기에 처한 북극곰의 현실은 인류에게 닥칠 상황을 미리 보여준다. 지구가 죽은 별이 되는 날이 오지 않도록 어떻게 막아야 할지 절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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