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자-청량성 자양강장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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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도에 자생하는 나무들 중 겨우내 잎이 무성하고 푸르른 나무가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가로수로 조성되기도 하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주광나무로서, 겨울에 견디는 것을 여자가 정조 지키는 것에 빗대어 여정(女貞)이라고도 한다. 가을에 열린 열매가 이맘때까지도 치렁치렁 달려 있는데 쥐똥 크기에 포도송이처럼 뭉쳐서 까맣게 익은 것이 무척 탐스럽다.

한약재 여정자(女貞子)는 제주광나무(넓은잎광나무, 당광나무 Ligustrum lucidum Aiton) 또는 광나무(Ligustrum japonicus Thunb)의 익은 열매를 말린 것이다.

여정실(女貞實)이라고도 하는 여정자는 음허증(陰虛證)을 개선해주는 보음약(補陰藥)에 속한다. 음허(陰虛)란 진액이 부족하여 자윤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음부족으로 양(陽)을 수렴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허열증(虛熱證)을 특징으로 한다. 음허로 인한 열증은 손발에 열이 나거나 얼굴과 혀가 붉거나 오후에 주기적으로 열이 오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외에도 음이 허하여 자윤 기능이 저하되면 목이 마르고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붉고 신체가 마르는 등의 증상을 보이며 정서가 쉽게 격동하여 가슴에 열나면서 답답하거나 불면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여정자는 특히 간신(肝腎)을 자양하여 간신음허(肝腎陰虛)로 인한 여러 증상을 치료한다. 머리카락을 검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귀에서 소리 나는 증상을 멎게 하고 허리 무릎을 튼튼히 한다. 요컨대 청량성(淸凉性) 자양강장제이다. 최근에는 노인성 백내장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내어 안과에도 응용할 수 있다.

 

여정자
여정자

여정자에 대한 실험 연구로는 대식세포에서 TNF-α의 분비를 유도하고, 항산화 효과, 혈관이완 효과, 골형성 자극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정자는 성질이 화평하고 작용이 비교적 완만하여 오래 복용하여야만 효능을 인식할 수 있다. 달인 물을 눈에 넣기도 한다. 비위가 허하여 설사하는 사람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제주광나무의 껍질인 여정피(女貞皮)는 술에 담그면 허리 무릎을 보양하는 데 쓸 수 있다. 이파리인 여정엽(女貞葉)은 풍사를 몰아내고 시력을 좋게 하며 부기를 가라앉히고 통증을 진정시킨다. 뿌리인 여정근(女貞根)은 기혈을 풀어 통증을 멎게 한다.

온난하고 습윤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제주광나무는 제주도와 일부 남해안에 자생한다. 열매가 탐스러워 보이지만 먹어보면 맛이 쓰다. 여정자는 독도 없어 무난하나 식품 원료로는 쓸 수 없는 한의의료 전용 약재이다.

넓은잎광나무, 당광나무로도 불리는 제주광나무는 아열대 약용자원으로서 제주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의 공공의료용으로도 적극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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