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 동자승
목각 동자승
  • 제주신보
  • 승인 2019.0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성기 시인

나에겐 작고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물건이 하나 있다. 목각 동자승이다.

지난해 중국 태항산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날 길가 좌판에 벌여 논 목각 물상들을 보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작은 목각 동자승. 연대에 앉아 합장하고 있는 그 미소가 너무 좋아 내 친구인 독실한 불자에게 나눠주려고 세 개를 샀다. 다칠까 봐 소중하게 포장하고 돌아와 경주 남산 답사 길에 친구들 앞에 공개했다. 썩 마음내켜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주는 마음은 즐거웠다.

나는 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매일 합장하고 바라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맑은 것은 어린 동물의 눈이다. 그 중에서도 어린 아이의 눈은 피부 인종을 떠나 세계 어느 어린이의 눈도 모두 다 맑다. 순수라는 순수는 다 모아 놓은 어린이의 눈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모든 고통과 시름을 잊게 된다.

사월초파일, 티브이 화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동자승의 맑고 고운 모습이다.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예찬이 안 떠오를 수가 없다.

그 동자승을 목각한 이름 없는 조각가의 투박한 손을 떠올려본다. 가난에 찌들어 겨우 먹고 살려고 나무를 자르고 조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도 이 동자승을 조각할 때만은 합장하고 마음을 정결히 하였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어찌 이 미소를 조각할 수 있었으랴.

예수는 어린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부처님 모습을 바라보면 바로 동자승의 눈빛이고 바로 그 미소다. 하루에 10분 만이라도 동자승의 미소를 짓고 상대방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분명 밝게 변화하리라.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고 대화하는 게 시(). 시인의 눈에 죽어있는 것은 없다. 감정이입(感情移入). 내 마음을 옮겨 특정 대상에 불어 넣으면 모든 것은 생명력을 되찾고 살아 숨 쉰다. 나무 한그루 돌멩이 하나도 사랑하면 신기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 말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사람이고 시인인 것이다.

나의 목각 동자승!

나에게 큰 위로와 행복을 주고 있으니 큰 스님이고 부처님이다. 나이 들면 어려진다는데 제발 나도 어려져 어린이의 맑은 눈을 가질 수 있었으면 오죽 좋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