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정부인가, 정부의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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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성, 前 제주국제대 교수/논설위원

중국 한나라를 창건한 유방(劉邦)은 집도 가난한 데다 날건달로 지내다 진(秦)말의 어수선한 시기에 부하가 3-4명 정도인 정장(亭長: 도로안내 책임자)이 됐다. 리더십이 있고, 사람 볼 줄을 알았던지 수하에 장량(張良), 소하(蕭何), 한신(韓信)을 거느리고는 결국 항우(項羽)를 물리쳐 천하를 평정하는 대업을 이룬다. 애초에 유방은 항우의 적수가 되지 않았다. 항우는 초나라 왕족이요 막강한 군대에 훌륭한 참모들이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치명적 패인은 항복한 진나라 군사 20만을 자기 군에 포용하지 않고 계곡에 밀어 넣어 몰살했다는 것이다. 유방은 정반대였다. 장량에게 국정기획을, 소하에게는 국가행정을 명장 한신에게는 국방을 맡기면서, “나는 무식해서 잘 모르니 여러분이 잘 알아서 해주고 사전사후 보고만 잘 해주시오”가 끝이었다.

전두환은 그의 집권기간 중 철권통치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5·18 비극을 초래했지만 각 분야(특히 경제)의 전문가를 발탁해 “나는 잘 모르니 당신이 경제대통령 하시오”하며 전권을 위임, 경제성장과 물가를 잡았다. 현재 한국은 실업자 122만, 실업률 4%다. 실업자 100만 이상, 실업률 3%이상이면 경제학에서 위험 수위로 본다.

넬슨 만델라 자서전을 보면 자신을 로벤 섬에 27여 년간 구금했던 전직 백인 대통령에게 보복하지 않고 대통령 당선 뒤 그를 부통령으로 임명해 국정을 순탄히 이끌고 경제적인 성취도 이뤄 존경을 받고 있다. 지금 전전정권, 전정권 인사들(대통령2, 대법원장1포함)100여 명이 수감돼 있다 한다. 얼마나 현 정부가 유능하고 경제적 성과도 이룬 훌륭한 정권인지 모르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통치행위에 해당하는 일, 법관이 양심에 비춰 판단한 일을 정권의 마음에 안들면 사소한 가족사까지 들추는게 옳은 일인가. 여권에 털어 먼지 안나는 인사 있으면 나와 보라 해라. 중국 고대 격언에 이른다. “감옥에 사람이 넘치면 정치를 엉망으로 하는 것이다.”

중국은 기록보관소를 사학자들에게 수년 전부터 공개하고 있는데 프랑크 디쾨터가 자료에 근거해 쓴 1945-1976년간 중국실정 3부작, 2-3권을 끝내고, 1권 해방의 비극을 읽고 있는데 그 참상에 눈시울 적시고,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택동이나 주은래 등 당시 지도층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고 학생들에게 잘못 가르쳤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세계사를 보면 어느 국가든 경제가 망가지면 망해왔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가시스템에 단지 5년 임기의 정부가 여론이 아니라고, 전문가가 아니라하는데도 시책을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혈세 7000억 들인 원전을 세워놓고 한전은 수천 억 적자 상태로, 전기료 오르게 생겼는데 해외에 원전 안전하다며 세일하는 대통령이 제정신인가.

국정운영에는 참모가 중요하다. 어찌 대통령이 다 챙길 수 있는가. 대통령은 매일 아침 전 일간지도 안 보는가. 틈내서 하루 1시간이라도 영어, 경제, 세계사 공부도 좀 하고, 핵문제는 간단한 영어로 트럼프 설득해 IAEA 잠시 탈퇴하고 한국, 일본이 핵 가지고는 북한과 동시에 핵 폐기하자면 될 것 아닌가.

전 독일 수상 슈뢰더 자서전을 보면 “차기선거에 지더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이 정책은 실행했다.”라고 했다. 그는 차기 선거에서 패했다. 그가 옳았고 메르켈이 그 과실을 지금도 따먹고 있다. 제발 정부는 석유 부국이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베네수엘라 꼴이 되지 않도록 정신 차렸으면 한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말씀했다. “주여, 저들을 용서 하소서. 저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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