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빛으로 갚아라
빚을 빛으로 갚아라
  • 제주신보
  • 승인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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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세상에 우연이란 없는 것이다. 바람 한 점 불어와 내 뺨을 스치는 것도 뜰 앞에 국화꽃 한 송이 피어나 향기로운 것도 이른 아침 나뭇잎에 맺힌 이슬방울 떨어지는 것도 내 마음속 깊이 찾아와 마음의 창문을 두드리는 지나간 옛 추억도 모두 다 우연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우연을 가장하여 필연적으로 나를 방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오늘 새벽 문득 우주에서 들리는 법음(法音)을 들었다. 비록 꿈이었지만 너무나 생생하여 몇 자의 글로 남겨볼까 한다. 내게는 가끔 이런 일이 있다. 꿈속에서 들려온 소리는 낮은 목소리였지만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 소리를 내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빚을 빛으로 갚아라!” 기실 이 말은 내가 ‘끽다거’나 제주 삼양동 ‘한라마을 작은도서관’의 용심론(用心論) 인문학강좌에서 여러 차례 전했던 얘기였다. 그래서 조금도 낯설지는 아니했지만 꿈속에서 이 소리를 듣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 법음을 전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편 신기하고 또 기분이 무척 좋았다.

꿈속에서의 배경은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제주 퇴허자명상원이었는데 커다란 창고가 지어져 있었으며 그 안에는 지금 실재의 모습대로 감귤나무들도 정원도 그대로 있었다. 다만 특이한 것이 있다면 그 중앙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삥 둘러 사람들의 띠를 상징하는 쥐, 소, 범, 토끼 등의 형상을 한 12개의 탑들이 나란히 세워졌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띠)탑 앞에서 동전을 던지면서 기도하는 모습들이 이색적이었다.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는 외국인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는데 이번에는 영어로도 강의를 하고 있었다. “Pay back your debts by the light.”(빚을 빛으로 갚아라.) 우주를 통하는 진리는 동서양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평소 나의 소신이다. 자고로 문화와 문명은 양쪽 수레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하는데 현대 과학문명은 우리 정신문화를 한 참 뒤로 따돌리고 지나치게 과속함으로써 이제는 문명과 문화 간의 격차는 너무나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문명은 나노의학을 비롯하여 천체우주를 설계하고 있는데 우리 정신문화세계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에서 큰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세상에 없는 것은 우연(偶然)만이 아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공짜 역시 있을 수 없다. 우연을 대신하여 필연(必然)이 있는 것이요 공짜는 반드시 그 대가(代價)를 요구한다. 그야말로 토끼뿔이요 거북이의 털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을 향하여 다시 한 번 외친다. ‘인과응보(因果應報) 필연필사(必然必事)’라고 말이다. 콩을 심어서 팥을 거둘 수 없는 것이 우주 대자연의 진리라고 한다면 애당초부터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세상 빚은 대부분 고통을 통해서 갚는다. 그렇지 아니하면 복(福)을 지어서 갚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장 근사한 방법은 ‘깨달음(지혜광명)을 얻어서’ 갚는 것이다. 우주 대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나면 생각과 일의 절차를 알아서 자연에 순응하고 세상과의 일탈행위를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바로 ‘빚을 빛으로 갚는 길’이다.